오늘도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남자의 특성에 대한 연재로 5편 이어가 보도록 할게요.
- 키스나 신체적인 애정 표현이나 접촉을 즐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애정 어린 "행동"을 할 수 있지만 무한정 참을 수는 없습니다. 성적으로 아스피의 파트너들은 아스피가 성관계 전의 감정적 연결과 전희에 대한 필요성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열정이 부족하고 뻣뻣하고 반복적이며 상상력이 없고, 로봇같거나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설명합니다. AS가 있는 사람들은 연애 초에는 성관계를 가질 수 있지만 AS-NT 커플의 50%는 금세 금욕 상태가 됩니다. 사실, 계속되는 관계에는 “애정이나 신체 접촉이 있는 표현이 전혀 없을 수 있습니다. 응답자 중 일부는 2년 이상 함께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50%는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AS가 있는 남성들의 경우 성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포기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침실에서 아스퍼거 증후군, Maxine Aston, 2012)
- 운전을 거칠게 하거나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종 교통 체증에 극도로 좌절하고, 안전하게 차선을 바꿀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 다가오는 차량 앞쪽으로 들어가거나, 합류하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정형인들은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기 하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차선 변경에는 운전자 간의 많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아스피 운전자들이 운전을 하면서 발생시키는 이러한 잠재적인 재난을 피하는 것은 종종 도로 위의 상대방 운전자들입니다.
- 그들은 엄격한 일과를 따르고 그러한 일과가 방해되면 매우 좌절하고 화를 냅니다.
- 종종 매일 매 끼니마다 같은 음식을 먹습니다. 저녁 데이트를 할 때에는 음식에 모험적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지만 아침과 점심으로 무엇을 먹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반복적인 식단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이 결코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에 대해 특이한 민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옷의 라벨이나 양말의 이음새, 거의 감지할 수 없는 냉장고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견디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질감, 냄새, 빛 및 소리에 과민합니다. 종종 새 신발을 견디지 못하고 같은 신발을 계속해서 신는 것을 선호합니다. AS가 있는 한 남성은 양말이 각 발 모양에 맞게 "성형"되어 있고 잘못된 발에 잘못된 양말을 신는 것은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양말에 "LEFT"와 "RIGHT"를 눈에 띄게 표시한 경우도 있습니다.
-> 위에 언급된 특성 또한 전부 제 남편도 가지고 있는 특성들입니다. 약간의 예외라고 한다면 저희 남편은 아스피 치고는 성적인 접촉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포옹이나 입맞춤을 좋아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신체 접촉이 상대방이 느끼기에도 기분 좋은 식으로 강약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불편하게 느낄만큼 꽉 안는다든지, 거부감이 들 정도로 바로 진한 키스를 하고 싶어한다든지 하는 식이어서 제가 거절을 하거나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원래도 로맨틱한 남녀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부부 사이인데, 도통 로맨틱한 분위기는 잡히기가 어렵고, 섹스리스 부부가 되는 다른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들 (육아, 피곤한 일상, 스트레스, 등) 까지 겹치면서 만족스러운 성적 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방식이 내가 느끼기에는 별로 좋지 않으니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상하는 것이 어려운 아스피의 특성상, 이해도 어렵고 더 복잡하다고 느껴서 점점 멀어지고 소원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운전 역시 위에서 말한 특성 그대로인데, 늘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 타면 차선 변경을 할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하는데 이 부분을 지적했다가 다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 포기 상태입니다. 다행히 한국만큼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어서 아직 무사고로 잘 다니고 있지만, 제 남편이 한국 특히 서울 도심에서 운전하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실제로 그럴 상황에서는 제가 운전을 했었어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집착. 이 부분도 정말 살면서 매일 부딪혀야 하는 벽입니다. 스스로 극단적인 정형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저는 가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돌발 행동 같은 데서 즐거움을 느끼고 살아 있음을 느끼기도 하는데 제 남편에게 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가령 계획한 대로 주말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먹고 싶은 게 생겨서 외식을 제안한다거나, 갑자기 장 볼 것이 생각 나서 마트에 들리자고 제안을 할 때에도 흔쾌히 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고, 만약 그 제안에 따른다고 해도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크게 화를 내서 싸운 적이 많은데, 이 부분은 정말 아스피 성향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한 번은 저희 친정 아버지가 한국에서 놀러 오셔서 다같이 집에서 3시간 거리 국립공원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가 커피를 파는 곳을 보고 커피 한 잔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호주 국립공원은 한국과는 다르게 가게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가게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다음 카페까지는 적어도 30분, 1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저희 남편이 계획한 시간 일정에 맞지 않고 차를 돌려야 한다는 이유로 5분 정도만 돌아가면 커피를 살 수 있는 상황인데도 멀리 한국에서 오신 장인어른의 부탁을 무시하고 그냥 가는 길에 드시라고 하고 차를 몰았고, 1시간 뒤에나 카페가 나왔을 때 저희 아버지는 기분이 상해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정형인이라면 정말 버릇이 없거나 장인 어른에게 미운털이 박히고 싶어 작정하지 않은 이상 할 수 없는 행동이죠.
저희 남편은 그리고 매일 아침 토스트에 땅콩버터와 꿀을 발라 라떼와 먹습니다. 간혹 다른 음식을 먹을 때도 있지만 90프로 정도 아침 메뉴는 이걸로 고정이 되어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질리지도 않고, 늘 먹어봤던 것, 아는 것 중에서만 먹더라구요.
또 냄새와 빛에 매우 민감합니다. 냄새는 일반인보다 적어도 3배 정도는 잘 맡고 민감한 것 같고, 심지어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해서 지금은 많이 덜 하지만 제가 반복적으로 말을 해 주기 전까지는 뭐든 킁킁거리고 냄새를 맡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레몬을 자른 뒤 멍하니 앉아서 반복적으로 손가락 냄새를 맡길래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레몬 냄새가 좋아서 그런다고 한 적도 있는데, 다 큰 성인 남성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게 보기 좋지는 않아서 교정을 해 보라고 이야기 해 주기도 했습니다. 또 밝은 빛을 싫어해서 신혼 초에는 제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밤에 불을 어둡게 하거나 다 끄는 것을 좋아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키우면서 아이 시력에도 좋지 않고 해서 점점 밝은 빛에 익숙해져서 요즘에는 좀 나아진 것 같네요.
위 특징들을 좀 더 잘 이해하시고 연결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제 개인적인 경험담을 같이 풀어 보았어요. 다음 연재에서도 아스피 남성의 특징 계속 이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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