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스피 증후군이 있는 남자,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연재의 마지막 편을 개제하려 합니다. 매 편 연재를 하며 제 개인적인 경험담을 함께 담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늘 적당한 선에서 줄여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모든 특징들이 아스피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 아스피임을 알아챌 수 있는 징후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아스피들 개개인마다 모두 다른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같은 면으로 나타나지는 않을지 몰라두요. 그럼 마지막 연재 시작해 볼게요.
- 아스피들은 극도로 순진하고 속기 쉬우며 지나치게 사람을 믿고 쉽게 이용 당합니다. 세상 사는 지혜가 부족한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죠. 그들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이웃, 위치 또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있는 남자와 데이트한 한 여성은 남자친구가 차가 긁힐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저녁 데이트를 하면서 식당 뒤편에 (보통 어둡고 외진 곳) 주차하곤 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자친구가 무섭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습관을 바꾸기를 거부했습니다. 분명 그에게 차는 여자친구의 두려움보다 더 중요했습니다. 아스피들이 자신이 순진하고 속기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에 대한 보상을 위한 편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 그들은 쓰여진 그대로를 따르며 규칙에 크게 의존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많은 규칙에 예외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 상황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늦는 것에 크게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늦는 것은 그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한 남성은 커피 데이트에 몇 분 늦을 거라는 생각으로 시속 60마일 구역에서 시속 95마일로 운전하다 적발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그가 좋아하는 밴드를 볼 수 있는 티켓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데이트 상대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식사를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콘서트는 2마일 떨어져 있었고 20분 동안 시작되지 않았으며 두 개의 워밍업 밴드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늦는다는 생각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 처음에는 매우 지적인(고지능)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곧 그들의 지식이 매우 편협한 몇몇 주제에만 한정되어 있고, 일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 중 고지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일부입니다 (일반 사람들 중에서 고지능이 일부인 것처럼 말이죠). 아스피들이 매우 지적으로 발달되어 있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신화) 입니다.
- 당신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지하는 대신 “그냥 잊어버려”, “당신은 너무 민감해” 또는 "그냥 그만 생각해"와 같이 당신의 감정을 무시하는 발언을 종종 할 것입니다. 한 여성은 자신의 삶에 계속 영향을 미친 심각한 외과 수술의 의료 과실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녀의 AS 파트너는 "그래서 당신이 뭐야, 희생자? 뭐야, 피해자야? 뭐야, 피해자냐고?"라고 소리를 지르며 대답했습니다.
- 당신이 관계를 끝내면, 그들은 당신에 대해 즉시 잊어 버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들은 보통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당신을 계속 쫓아다닐 수 있습니다. 당신은 매우 불편하게 느껴 어떤 형태로든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당신에게 연락하고 쫓아다닐 것입니다. 아스피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Mindblindness' 성향 때문에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신의 경계를 존중할 수 없습니다.
아스피의 특성에 대한 글들을 읽다 보면 가끔 놀라울 정도로 제 남편의 성향과 똑같은 경우가 많아서 신기할 때가 있습니다. 제 남편의 경우에도 주차 문제에 극도로 민감해서 가족들이 불편하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주차하고 싶어 합니다. 가령 비가 오늘 날 저와 어린 딸이 비를 맞아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야 차가 안전하다고 믿는 식입니다. 또, 집 구매를 할 때 부동산 업체에서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으로 팔아 주었으니 전에 약속하지 않았던 인센티브를 요구하자, 굳지 주지 않아도 되는 돈을 몇 천불을 주겠다고 하면서 (순진해서 상대방이 권리 없이 하는 요구에도 반박하지 못하고 따름) 평소 자신이 이런 식으로 손해를 보고 산다는 생각 때문인지 (편집증) 작은 푼돈에는 민감해서 세일 품목이 아닌 식료품을 사거나, 편리함을 위해 5불 정도의 돈을 더 지불하고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는 것에서는 극도로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이러한 사소한 것들은 생활을 공유해야 하는 배우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아스피이기 때문임을 알아도 제 기분을 상하게 만들거나 화가 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칙에 대한 집착과 예외에 대한 융통성 부족도 심해서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어 언급된 시간 약속에 대한 엄격함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늦으면 안 된다' 'in time'이라는 문자 그대로의 규칙에 얽매여서 경우에 따라서는 몇 분 늦더라도 교통 규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 하다거나, 천천히 식사를 하고 가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융통성 있게 조정 가능한 부분에 대해 터득하게 되는 반면, 아스피들은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제 남편도 어린 시절 일화 중에 십대 때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야 하는데 10 센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4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서 집에 온 적이 있다고 하네요. 이런 융통성 부족은 지금도 변치 않고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특정 주제에 대한 편협한 지식에 비해 일반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 역시 매우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제 남편의 경우에는 기계, 가전제품, 건축, 토목 등에는 많은 지식이 있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아주 똑똑하고 지식이 해박해 보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알아야 하는 일반적인 지식들에 대한 이해가 놀라울 정도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실크는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만든 것이라든지, (본인이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공자에 대한 지식이라든지 등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단순한 지식을 벗어난 인간사에 대한 이해, 특히 가족의 개념, 부모의 헌신, 사랑이나 이별의 슬픔, 번뇌나 깨달음과 같은 추상적이고 복합적인 이해(단순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감정, 느낌을 총체적으로 요하는 것이라는 뜻에서)를 요하는 개념에 매우 취약합니다. 아마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공감과 공유가 안 된다는 부분도 매우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이고 관계를 어렵게 하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예시는 아스피 배우자로 살면서 느끼건대 전혀 과장된 부분이 없는 아스피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요. 연애를 할 때에는 아스피들이 나름 가면을 쓰기 때문에 상대방이 겪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어떤 코멘트를 했을 때 상대방이 화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그 이유는 이해를 못 할지 몰라도) 그냥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들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보통 데이트하는 동안에는 이 사람은 따뜻한 말을 잘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말을 차분히 들어주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남자가 말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한국 정서상 오히려 그런 부분을 좋게 받아들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관계가 좀 오래 되거나 결혼 생활을 하는 상황처럼 더 이상 가면을 쓸 필요가 없게 되면, 위에서 설명한 것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이 부분은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는 아스피 특성에서 기인하고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도 부정적인 감정 처리가 잘 안 되는 아스피들은 스스로에게도 그런 기분이 들면 그런 감정을 부인하거나 그만 생각하려고 하거나 잊어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이지만 그게 그들이 문제와 부정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입니다. 정형인인 상대방은 그런 방식을 쓰거나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스피들은 상대방에게도 "그냥 잊어버려. 그만 생각해"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형인 상대방이 자기가 느끼는 문제와 어려움에 대해 계속 토로하면 아스피 본인은 한 번도 그렇게 까지 느껴본 적도 없고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혼란스럽게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방이 너무 민감하고 문제를 크게 받아들인다고 비난하기도 하구요. 이런 특성 때문에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는지는 여기서 다 말 할 수도 없겠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포기 상태입니다. 어려울 때 함께 하지 못하는 배우자라는 건 사실 엄청난 결핍감을 주는 요소이고, 이 때문에 과연 아스피 배우자와 평생 정을 쌓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이 되기도 해요.
관계의 끝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미숙한 점, 이 부분은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전에 만났던 다른 아스피 남자친구의 경우의 이야기를 해 볼 수 있겠네요(지금 남편은 현재 진행형이니까요). 강렬했던 첫 연애 시작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당시에는 아스피 전 남자친구가 저를 많이 좋아해서 사귀게 되었는데) 이별을 먼저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처럼 통보하고 전혀 슬픈 기색도 없었던 모습 때문에 제가 상처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어찌 보면 한창 감정이 무르익어야 할 시점이었는데 별다른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별을 통보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2년 뒤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잘 지내고 있는 제게 어느 날 뜬금 없이 전화가 와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더군요. 당시에 자기가 너를 너무 이해하지 못했고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몰라서 그랬던 거라고 아직도 많이 좋아하고 미안하다구요. 연애를 끝낼 때에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 연락을 했을 때에도 모두 일반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타이밍과 감정의 강도로 저를 대했던 이전 아스피 남자친구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 남편 역시 저와 결혼 전에 7년을 만났던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아스피들은 연애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정형인과 별다를 것이 없는 외모가 멀쩡한 많은 아스피 남자들은 정상적으로 연애도 하고 장기간 연애도 합니다. 그런데 7년이나 만났고 1년은 동거도 했던 (외국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죠) 전 여자친구에 대한 아련함과 추억 등 일반적으로 기대 되는 수많은 감정들이 제 남편에게는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모든 것을 숨김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제 남편인데 물어 보아도 그냥 결혼하지 않을 거라 헤어졌다고 감정 없이 말하는 모습이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제 남편과 헤어지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아스피와의 이혼은 이혼 케이스들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갈등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관계의 정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하기 어려운 아스피의 특성상, 합의점을 찾기가 어렵고, 이미 이루었던 가정을 정리하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은 것이죠. 그래서 어렵게 이혼한 후에도 합의하고 약속했던 아이의 면접 교섭권이나 횟수 등을 지키지 않고, 불쑥 불쑥 나타다거나 상대방의 새로운 파트너나 가정을 존중하지 않는 등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7편에 걸친 아스피 남성의 특징, 징후들에 대한 연재를 모두 마무리했네요. 아스피들에게도 분명 수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그 사람에게 끌려 관계가 시작이 되구요. 하지만 이런 특징들을 미리 알고, 그에 따라 발생할 문제점들이나 어려움에 대해서 미리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도 이런 부분들을 늦게 알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마음 고생, 갈등, 어려움을 더 많이 겪었고요. 만약 미리 알았더라면 그런 어려움을 좀 덜 겪고 중요한 선택들도 더 신중하고 지혜롭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연재가 어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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