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 연재에 이어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성인을 파악할 수 있는 특징들에 대해 연재를 이어가겠습니다.
앞선 연재는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neurodiversecouple.tistory.com/28
https://neurodiversecouple.tistory.com/31
- “행간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문자 그대로 해석합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합니다.
- 일반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것은 "나무를 통한 숲" 문제, 또는 AS가 있는 사람에게 더 적절하게 대입한다면, 잎을 통한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이론적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일반적으로 유동적인 실제 상황에서 이 지식에 따라 행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일에 대해 화를 낸다면 상대방은 당신이 위로를 받아야 하는지 또는 어떻게 위로를 하는지 방법을 모를 수 있습니다.
- 의견의 차이를 듣거나 상황에 대해 다른 관점을 설명하려고 할 때, 그것을 갈등이나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보기 때문에 방어적이 됩니다. 그들은 설명이나 약간의 동정을 요청할 때, 상당히 방어적이 될 수 있습니다. AS가 있는 남자들은 자신의 세계관에 맞게 의사 소통을 제어하려고 시도하므로, 그들의 방어적인 태도는 언어 폭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 그들은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나쁜 경험을 반추하거나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특징들 때문에 간혹 성인 아스퍼거 남자는 그럴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위 그림처럼 화를 잘 내거나 까칠하고 예민하게 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연애 초기에는 그런 모습들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소위 '가면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면들을 발견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여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나 위로 대신 해결책을 제시해 주려고 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아스퍼거들의 경우에는 그러한 성향이 극대화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실제로 본능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이론적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위로를 해 주어야 하는지 모를 뿐 아니라, 이럴 때에는 위로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어도, 위로를 해 주기는커녕 자신의 행동이나 반응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고 느껴서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리고 부부로 살면서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결정해 나갈 것들이 많은데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싸우지 않고 이를 조율하는 것이 정말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다른 의견을 '갈등', '싸움',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있는 데다가 고집도 매우 세기 때문에 한 번 정한 입장을 쉽게 바꾸려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래서 계속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알아서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 내 의견을 수용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두 내려 놓고, 나아가 그 부분이 어렵다는 것이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는 이해까지 마음 속에 새기고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정형인 여성이기에 때로는 남편에게 이해나 위로를 받고 싶은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에는 내가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데 나는 지금 이해나 위로를 원하는 상황이니까 '맞아', '그렇겠다' 같은 긍정어로 맞장구를 쳐 주며 열심히 듣는 척을 해 달라고 미리 부탁을 하고, 남편이 본인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할 에너지가 충분히 있는 때를 골라서 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듣기만 해도 너무 어렵고 힘든일처럼 보일 수 있는 일상이지요? 저도 처음에는 왜 알아서 좀 이해해 줄 수 없는지 위로를 해 줄 수 없는지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남편의 아스퍼거를 모를 때에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구요. 그러다 보니 결국 싸우기만 하는 때가 너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부탁하고 본인이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해 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몇 번 본 이후로는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 나와 내 가정을 위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특징, 행간을 읽지 못하는 특징은 연애 초반에도 발견할 수 있을 법한 부분이라는 생각은 드네요. 그렇지만 이 또한 함께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을 때 더 큰 장벽이 되기는 합니다. 가령 집을 사는 것 처럼 큰 일을 결정할 때 작은 부분 한 두 개에 집착해서 전체적으로 좋은 결정을 내리도록 이끌어 가는 게 어려울 수 있고, 그 과정이 수월한 의사소통 보다는 의견차이를 갈등으로 받아들여 화를 내는 상대방과 씨름하는 과정이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일들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제가 느낀 것은 그 때마다 남편의 유별남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에 대해 한탄하고 속상해 한들 감정 소모, 시간 소모만 하다가 결국 좋은 결정을 해서 일을 추진할 에너지는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불필요한 싸움은 피하고 요점만 전달한 뒤, 제가 포기해야 할 부분을 먼저 빨리 캐치하고,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부분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게 어디 까지일지 빠르게 판단해 다음 단계 진행을 하려고 합니다.
적다보니 연재 주제는 성인 아스퍼거 남성의 특징인데 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대처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네요. 배우자나 남자친구, 혹은 가까운 주변인이나 가족 구성원 중 아스퍼거가 의심되고,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이 글을 많이 읽으실 것 같아 제 개인적인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도 더 나누게 되었어요. 그리고 혹시 그 관계를 계속할 것인지 결정의 기로에 서 계신 분들이라면 제 경험담을 통해 본인이 감당할 수 있을만한 일인지 생각해 보실 수도 있을 것 같구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물론 정형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서 혹은 가까운 사이에서 서로 배려하고 위로하고 마음을 이해해주며 관계를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그 부분이 어려운 아스피와의 관계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이 떨어질 수 있지만, 아스피들이 상대방을 잘 감정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 위로를 먼저 건네고 따뜻한 말과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거나, 나쁜 의도가 있어서라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스피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내에서 최대한으로 상대방을 사랑하거나 마음을 쓰기 때문에 그 사람 곁에 있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스피를 만나고 계시거나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있다면 성인 아스퍼거에 대해 제대로 알고 불필요한 오해는 피하고, 현실적인 실상을 알아야 어떤 결정을 하든 행복하고 옳은 결정을 내리고 그 관계를 이어가든 정리하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연재에서 성인 아스퍼거 증후군의 다른 특징들로 더 이야기 나눠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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