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 배우자와 살아가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에 대한 연재 오늘도 이어가 볼게요.
이번 연재는 2017년 FAAAS라는 기관에서 아스피 파트너(남편, 남자친구 등 모두 포함)와 살아가는 정형인 파트너(부인, 배우자, 여자친구 모두 포함)의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www.faaas.org 와 www.theneurotypical.com 웹 개제했는데, 이 내용을 번역, 공유하고 제 경험과 생각을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FAAAS는 Families of Adults Affected by Asperger’s Syndrome의 약자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성인 가족들을 위한 연구와 지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41. 당신은 자존감을 잃었나요?? 항상 그렇다 35 때때로 그렇다 9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7 전혀 아니다 0 총 응답자 50 |
“저는 지금 제 자신을 다시 찾아가고 있어요” |
42. 당신은 파트너가 당신을 충분히 감사히 여기지 않는다고 느끼나요? 항상 그렇다 39 때때로 그렇다 11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0 전혀 아니다 0 총 응답자 50 |
“그는 내가 또 다른 인격체로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해요. 그는 내가 그의 이익을 위해 여기 있다고 생각하죠.” |
43. 파트너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당신을 조종하고 이용한다고 느끼십니까? 항상 그렇다 29 때때로 그렇다 11 잘 모르겠다 3 가끔 그렇다 5 전혀 아니다 2 총 응답자 50 |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일찍 내 상황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여전히 놀라울 뿐이에요. 이건 잠시 동안 파트너의 역할을 설명하는 그 놀라운 능력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요. 정형인으로 하여금 아스피 배우자와 잘못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히 긴 시간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말이에요. 정형인 배우자가 "특별 관심 대상"이 될 경우에 특히 더욱요. 나는 확실히 남편의 특별한 관심 대상이었습니다. 그 특별 관심 대상이 남편의 여성 상사가 되고, 그녀가 그를 사랑하게 될 때까지 말이죠. 오늘날까지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 그가 그녀와 시간을 보내고 더 이상 나와 상호 작용하지 않는 것에 내가 어떻게 또는 왜 상처를 받았는지 그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상상할 수 있듯이, 그들이 섹스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의 의견으로는 "그렇게 해도 완전히 괜찮다"고 생각하게 했고, 그 문제에 대한 내 생각은 "비합리적이고, 질투하고, 미친" 것이 되었으며, 나의 존재를 끔찍하고 비판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지요." |
44. 타협이나 협상 없이 파트너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할 의무를 느끼십니까? 항상 그렇다 27 때때로 그렇다 11 잘 모르겠다 2 가끔 그렇다 5 전혀 아니다 5 총 응답자 50 |
"더 이상은 아니에요. 그에게도 그가 뭘 생각하는지도 난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아요." |
45. 파트너의 의견이나 일상적인 상황에 대한 약속을 얻어 내려고 할 때 절망적으로 느끼십니까? 항상 그렇다 37 때때로 그렇다 10 잘 모르겠다 2 가끔 그렇다 1 전혀 아니다 0 총 응답자 50 |
"바로 어제만해도 남편과 대화(이 대화에 그는 절대로 참여할 수 없는 것 처럼 보이죠) 를 하려고 했고, 그는 주제를 바꾸기 위해 계속 다른 주제들로 넘어갔죠." |
46. 당신은 당신의 파트너를 재촉해야 하거나 그들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이를 해 줘야 할 의무를 느끼십니까? 항상 그렇다 36 때때로 그렇다 7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4 전혀 아니다 3 총 응답자 50 |
“그의 삶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실행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은 저를 놀라게 합니다. 그는 너무 평범해 보이지만 해야 할 일이나 내가 하는 일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
47. 가정 내의 긴급한 문제를 혼자, 그리고 파트너를 위해 해결해야 할 의무를 느끼십니까? 항상 그렇다 32 때때로 그렇다 7 잘 모르겠다 2 가끔 그렇다 6 전혀 아니다 3 총 응답자 50 |
" 그가 (잘못) 하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내가 나서 해결해야 합니다.” |
48. 일상적인 상황에 대한 단서를 파트너에게 상기시키고 재촉해야 할 의무를 느끼십니까? 항상 그렇다 34 때때로 그렇다 7 잘 모르겠다 1 가끔 그렇다 6 전혀 아니다 2 총 응답자 50 |
“이 모든 시간이 지난 후 더 이상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
49. 당신은 당신의 파트너와 혼란스러운 상호 작용과 대화를 경험합니까? 항상 그렇다 40 때때로 그렇다 7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3 전혀 아니다 0 총 응답자 50 |
"의미있는 '어른' 으로서의 대화를 할 수 없어요" |
50.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 있습니까? 항상 그렇다 44 때때로 그렇다 6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0 전혀 아니다 0 총 응답자 50 |
"그는 거짓 비난으로 내 주의를 흩뜨리고, 나를 비난하려고 합니다.” |
아스피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매우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몰두합니다. 자폐 성향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자신만의 좁은 관심사에 몰두하는 것이잖아요. 아스피들은 정형인들에 비해 쉽게 혹은 자주 연애를 하지는 못하지만 만약 연애를 시작한다면 (인간관계가 더 어려운 아스피들에게 연애는 정말 '그 어려운 것'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상대방에게 푹 빠져 있는 경우입니다. 자신만의 관심사에 푹 빠져들 때처럼 상대방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이죠. 그리고 본인의 부족한 연애 스킬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새로운 관심사인 상대방에게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가면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인 인간관계에서 요구되는 수많은 상호작용과 요구,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비언어적인 신호들 때문에 아스피들은 혼란스럽고 지쳐갑니다. 정형인 파트너는 상대방의 아스피적인 특성을 알지 못한다면 이를 서운하게 느끼고 이런 서운한 감정들을 토로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이런 상태가 어려운 아스피에게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 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스피들은 이 관계에 급격히 불편함과 피곤함을 느끼고 (원래도 상호작용과 교류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데) 더 이상의 연결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방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렇지만 한 편으로 아스피들도 일반적인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평범하게 사는 모양새를 원합니다. 물론 정형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화목한 가정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문제는 아스피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의 일부가 부족할 뿐 아니라, 이를 잘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 해당하는 배우자와의 상호 교류와 연결을 원하지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자폐 성향의 특성상, 아무리 상대방이나 외부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 상대방과 더 연결하고 상호 교류를 해야 한다고 떠들어도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정형인 배우자는 그 부족한 갭을 채워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노력을 쏟아 붓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해나 배려 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상대방이 자신을 감사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상대방의 필요를 위해 이용 당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죠. 나아가 '나'가 아닌 '우리'의 결정이나 일을 해야 할 때 상대방은 별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끊임 없이 의견을 재촉하거나, 사실은 상대방의 몫인 것까지도 어쩔 수 없이 나서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설문에서처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내가 뒷감당을 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죠.
이런 상태가 되고 나면 정형인 배우자로서는 사실상 서로의 뇌신경학적 차이를 알기 때문에 내가 이해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설문의 많은 경우에도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많은 것 같아요. 그 많은 아픔과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 속에서 불공평하고 억울하게 느껴졌던 이 관계에서 얻은 트라우마가 정형인 배우자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겠지요. 지금 그렇게 느끼고 계신 정형인 배우자 분들이 계시다면 여러분이 혼자가 아니고, 그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도 그런 아픔을 생생히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어떠한 결정을 하든 어느 것이 정답이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뉴로다이버스 커플들이 이혼이나 이별을 선택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수많은 이유들로 공존과 미래를 함께 해 나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그 안에서 정형인 배우자로서의 나의 아픔에 관한 것이든, 상대방의 자폐 스펙트럼에 관한 것이든 일단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지금 상태인지 바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재를 계속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래야 내가 처한 상황을 바로 알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도 바로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럼 다음 편에서도 아스피 배우자와 살아가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 연재 계속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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