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14가지 전략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네요.
14. 기대치를 조정하고 판단은 보류하기
배우자에게 맞추기 위해 자신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은 정형인과 아스피 배우자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정형인과 아스피 배우자 모두 근본적인 신경학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두 사람 간의 기대치를 조절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력하는 부부들의 경우, 여기 제시한 다양한 전략들을 시도해 본다면, 실질적인 변화와, 두 배우자 모두에게 더 편안하고 보상을 주는 결혼 생활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변화와 성장은 결혼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어떤 부부에게나 혹은 한 쪽의 배우자에게나 느리고 고통스러운 과정임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장기간 성공적으로 잘 이어지는 결혼을 위해서는 두 배우자가 이전과는 달리 하기 위해 매일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또한, 성장과 변화는 어느 순간 갑자기 단계적으로 일어나며, 행복하고 좋은 결혼 생활을 위한 노력은 평생의 노력을 요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 너무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되새기지 않고, 누군가 확인해 주지 않는다면 마음에 담고 노력하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도 아스피 남편과의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아무런 보상도 없고, 나만 일방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우울하고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많습니다. 원래 부부관계 개선이라는 것이 평생에 걸쳐 오랫동안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이겠지요.
거기에 추가로, 아스피들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변화를 느리게 받아들이며 스스로도 느리게 변화합니다. 남편이 아스퍼거 증후군임을 알게 된 이후에도 몇 년 동안 남편은 이것이 우리 부부 관계를 위해 어떤 차이점을 가져오는지, 이에 따라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스스로 어떻게 변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조차도 느리고 더뎠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찾아보고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제 기대치를 낮추려고 힘쓰는 저와는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지요.
그 때문에 수없이 좌절하고, 이혼도 고려하고, 이 모든 노력이 헛되게 느껴져 희망 없는 미래가 암담하고 우울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남편에게 이기적이라 화를 낸 적도 있고, 불공평하다고 불평한 적도 있습니다. 나 혼자만 내 기대를 내려 놓아야 하고, 남편에 대해 공부해야 하고, 바뀌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가? 그런데 나아질 기미도 없고 희망도 없고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이혼을 하자니 아이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여의치 않고...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를 괴롭혔습니다.
저만 가만히 있으면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오히려 제 울화통이 터지기도 했지만, 사실 남편이야말로 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기 때문에 저의 울화통에도 불구하고, 늘 지겨울 정도로 똑같이 아침, 점심, 저녁은 무엇을 먹을 것이냐고 물으며 제 곁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제 남편의 이런 아스피적인 성향이 능숙하고 좋은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아직도 이렇게 남편을 연구대상처럼 생각하며 잘 지내는 방법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자기 때문에 화가 났을 때 그런 내 화난 감정은 모른체 하고 커피 마실래? 하고 물어보면 아스피라서 그런 것을 알아도 기분이 상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지금, 요즘에는 문득 문득 갑자기 변화된 모습의 남편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 내가 감정적인 이해를 필요로하는 대화를 할 때 피하지 않고 어느 정도 들어주려 한다든지, 최소한 나의 그러한 필요를 본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상대방의 존중 받아야 할 필요로 인정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사이 좋은 정형인 부부 사이에서는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부부 사이가 쉽지 않기에, 많은 정형인 부부들 중에서도 상대방의 이러한 필요를 '알면서도 무시'해서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뉴로 다이버스 커플의 경우에는 '몰라서 무시'하던 것을 배워서 알게 되면 최소한 그 나아진 모습은 유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나아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다는 것을 몇 번 경험을 하고, 원래 이 변화는 느리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 시작한다면,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다스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걸 알기 전까지는 저도 우울증에 시달리고 혼자 카산드라 신드롬 증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원래 쉽지 않고 그 결실을 바로 볼 수 있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사실 뉴로 다이버스 커플 뿐 아니라 모든 결혼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남편의 모습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이 보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며 노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뉴로 다이버스 커플 중에서도 남편의 성향에 따라 너무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아스피 성향의 문제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 정도가 아니라, 경제적 문제, 혹은 폭행 등 가정 폭력 문제 등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전략들 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신경학적 차이로 인한 소통 문제, 부부 사이의 거리 문제는 느리지만 조금씩, 어렵지만 분명히 꾸준한 노력으로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추후에는 결혼의 환상에 대한 기대치를 내려 놓는 데 제가 도움을 받은 알랭드보통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연재해 보려 합니다. 제가 아스피 남편을 만나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했던 억울한 마음을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었거든요. 그럼, 현실 뉴로 다이버스 커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번 연재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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