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편에 이어서 아스피 배우자와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14가지 현실적인 전략의 4번째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1. 마음이론 확장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약한 마음 이론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의 생각, 감정 혹은 의도를 "읽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정형인들은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마음 지도에 근거하여 상대방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어느 정도 가정할 수 있고, 상대방의 느낌을 본증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감정이나 정신 상태에 대해서 이론이나 가설을 세우는 것을 더 어려워 합니다. 약한 마음이론 때문에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그리고 모르고 관계에서 한 말이나 행동은 무감각하고 몰이해하며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형인 배우자의 상처 받은 감정들, 고통 그리고 어려움은 결혼관계를 눈물에 얼룩지게 하고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정형인과 아스피 배우자 모두가 서로의 생각 처리 방식, 내부 세계 그리고 경험에 대해 궁금해 하고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 가정하거나 판단하기보다는 말이죠. 의미 있는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내부와 외부 세계에 대해서 평가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커플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끈끈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고 난 뒤, 가장 많이 남편에게 설명하려고 했던 부분이 바로 이 마음이론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당연히 이해 받아야 마땅한 나의 감정을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멍 때리고 방치해 두는 남편을 보고, 예전에는 화를 내고 울기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제 감정을 쏟아내어 어떻게든 처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그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인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머리가 아픈 남편에게, 더 극적인 감정 표현을 쏟아내는 저는 남편에게 고통을 초래하는 존재가 되었고, 남편은 제 감정을 받아주고 풀어주기는 커녕, 셧다운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는 그 벽에 대고 계속 악을 쓰고 소리를 질렀구요. 그도 안 될 때는 혼자 울부짖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갈등 상황에 처할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 부분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아마 그 완전한 해결점은 없을 것 같습니다. 마음 이론이 약한 것 자체가 아스피들의 타고난 뇌 구조이고 그 부분은 치료라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정형인 파트너인 제가 이해하고 더 공부하고 있고, 남편의 경우에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 모두 이 부분이 문제가 된다는 점을 공통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한 행동이나 말을 이전보다 덜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 상황에서 왜 제 기분이 상했는지 설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도 자기가 잘못이 없다고 방어만 하던 태도에서 조금 벗어나, 정형인인 부인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들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 이해되지 않더라도 미안하다는 사과도 하구요.
그나마 제 남편의 장점은 제가 화를 내거나 극적인 감정 표현을 배제하고 차분이 이야기를 하면, 가만히 잘 들어주고(물론 이 때에도 눈을 잘 못 마주칠 때도 있습니다),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한다(물론 이 때에도 나중에 물어보면 완전히 이해가 된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한 마음이론 때문에 남편은 종종 저를 화나게 하고, 여전히 부딪히고 싸우기도 합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욱하는 경우도 있고, 남편도 타고난 성향이 있는지라 끝까지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고집스럽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처럼 소리를 지르고 싸우는 빈도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적어도 그러한 자기 파괴적인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저는 얼굴에 물음표가 수백 개 떠 있는 표정이 있는 남편에게 점심 식사 후에 혼자만 커피를 내려 마시면 왜 제가 기분이 상하는지 차분히 설명을 하고, 피콜로 라떼를 한 잔 얻어 마셨어요. 제 마음이 의도치 않은 남편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 투성이였을 때에는 불가능했을 상황이라 생각해요. 남편도 아주 느리게 마음 이론 확장을 조금씩이나마 배워가고 있습니다. 다음 제 목표는 남편이 딸아이와 함께 쓰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난 뒤, 변기 뚜껑을 아이가 쓰기 좋게 내려 두고, 발 디딤판도 제자리에 설치해 두게 하는 것인데, 지금 천 번도 넘게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제 남편은 딸아이 키가 변기에 혼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 전까지 과연 이 부분을 고칠 수 있을까요?
*각 전략마다 제 개인적인 의견과 경험을 섞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 전문인 교수이자 작가인 Stephen Shore, Ed.D. 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If you've met one person with Asperger's, you've met one person with Asperger's."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한 명 만나 보았다면, 당신은 한 명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 만큼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른 사람이라는 이야기이겠지요.
아스퍼거 전문가가 공유한 일반적인 전략 14가지를 블로그를 통해 번역, 공유해 드리고 있지만 독자분들의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서 모두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와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은 제 경우에는 이렇게 적용이 되거나 느껴졌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참고가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저의 경험담과 생각들이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와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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