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편에 이어서 아스피 배우자와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14가지 현실적인 전략의 2번째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4. 아스퍼거 증후군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적 공부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정형인 배우자의 관점에서 아스퍼거 배우자와의 결혼 생활에 대해 다룬 책이 많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개인적인 경험담을 읽는 것은 정형인 배우자가 그 결혼 생활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바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경험담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부정적인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이를 읽는 것도 여전히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모든 결혼 생활은 고유하고 특별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마음 공부는 평생에 걸친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매우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 특성과 행동양상은 개인의 삶이 진행되면서 진화하고 변화하게 됩니다. 인생 전체를 두고 배우자에 대해서 배우려는 동기를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정형인의 특성과 행동양상 역시 아스피 배우자 입장에서는 신비롭고 놀라운 부분이기에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유익합니다. 서로에 대해 평생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평생에 걸쳐 서로에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시중에 정형인 배우자의 입장에서 아스피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다룬 책은 한국에서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일본 작가가 쓴 '내 남편은 아스퍼거' 정도가 번역서로 유일하게 출판된 책인 것 같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런 서적들이 훨씬 다양한 것이 사실이고, 저도 개인적으로 몇 권 읽어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Ashley Stanford 지음 'Asperger's Sydrom and Long Term Relationship', Karen Rowland 지음 'Waling on Eggshells' 등은 읽고 도움이 되었던 책들입니다. 아스피 남편이 저술한 David Finch 지음 'The Journal of Best Practice' 또한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배우고, 이를 내 배우자에 적용하여 이해하는 과정은 위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쉽지 않고, 정말 평생에 걸쳐 해 나아가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물론, 결혼 혹은 그 관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구도 이 어려운 과정을 강요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상적으로는 쌍방이 서로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 것이 정당하고 공평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정형인 배우자가 아스피 배우자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한다고 확신합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고 어려운 아스피 배우자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죠 (동기 부여도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불균형을 바로 잡는 것은 제게도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스피 남편이 정형인 부인을 이해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한 기록인 위에 언급한 저서 David Finch 지음 'The Journal of Best Practice' 는 매우 흥미롭고 고무적인 책이었습니다. 물론 제 남편은 저의 강권으로 이 책을 읽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음 속에 큰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의문입니다.
5. 우울, 불안, OCD와 ADHD를 다스리기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우울, 불안, OCD, ADD/ADHD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않은 불안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에게 큰 문제가 되고, 충동, 멜트다운, 분노, 포기 등 결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성이 더 강하게 발현되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우울, 불안 OCD, ADD/ADHD를 진단 받고 명상이나 테라피를 통해 치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또 다른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스퍼거 증후군에 전문가인 라이프 코치에게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코치는 성인 아스피가 정신적으로 지치고 배우자와 갈등을 겪을 수 있는 고용 문제, 시간 관리, 정돈하기, 사회적 스킬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정형인 배우자 또한 장기적인 아스피 배우자(진단 받지 않고 치료받지 않은)와의 관계 속에서 종종 불안, 우울, AD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정형인 배우자 또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리고 제가 직접 아는 아스피 배우자를 둔 대부분의 분들이 아스피 배우자와의 장기적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 불안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시간이 지날 수록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누적되어 감정의 응어리가 지면서 점점 상처가 깊어져 남편과의 갈등 상황에서 감정 조절이 어렵고 더욱 쉽게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나는 일들이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일 마주쳐야 하는 남편과의 가정 생활이 불안하고 불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우울증이 극심해졌을 때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하고 눈물을 쏟는 일도 반복적으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스피들의 특성상 이렇게 심한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배우자를 위로해 주기보다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오히려 본인이 당황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모른척 하거나 방치하는 상황까지 겹치며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전문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과 우울, 불안, 공황장애 지수 검사 후, 모든 수치가 극심하게 높아 치료가 급하다는 것을 할게 되었고,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약물의 효과가 있어서 제 극심한 우울증은 차츰 극복이 되었고,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스피 배우자와의 관계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다시 조율해 나갈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 남편 또한 본인의 상태에 대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망과 도움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 남편의 경우 고집이 세고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운 아스피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본인이 이러한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부인을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데 어려움이 큰 상황입니다. 수 차례의 상담도 진행하였지만 지속적인 도움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하고, 상담을 통한 교정 자체도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익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스피 커플 전문 상담사 분도 남편의 동기 부족을 알아채고 저와의 개인 면담에서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관계의 장기적인 지속을 위해서는 반드시 상호의 노력이 모두 반드시 필요합니다.
6.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식하기
많은 뉴로다이버스 커플의 정형인 배우자들은 아스피 배우자를 돕고 보살피려는 동기가 충만한 타고나기를 타인을 잘 돌보고, 상황을 이끌어 나가고 조율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정형인 배우자가 왜 아스피 배우자를 선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수많은 저희 그룹의 정형인 배우자들은 부모 중 한 명이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원가정에서의 경험들은 그 익숙함 때문에 아스피 배우자를 선택하게 된 원인이 된 것입니다. 또 어떤 정형인 배우자들은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던 중, 강직하고 조용하고 친절하며 지적이고 충직한 아스피 배우자가 정신적인 안정감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정형인 배우자의 자기 탐구와 인식은 또한 자신의 자존감을 다시 세우고,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책임을 지고 있었던 자신에게 새로운 활동과 관심사를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계기가 됩니다. 정형인 배우자는 또한 결혼 생활 밖에서 정신적인 지원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에게서 정서적 충족을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남편에게만 이런 역할을 기대하지 않도록 다른 지원군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추후 다른 글에서도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저도 왜 아스피 배우자를 선택했을까에 대해 깊은 생각들을 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원가정에서 부모님과의 관계를 재조명해 보게 되었고, 결혼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형인 배우자 스스로를 위해 이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돌아보고 알수록, 왜곡하지 않고 좀 더 차분하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 전에는 결혼을 하면 소울메이트와 같은 남편을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하고 괴로웠고,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알고 난 뒤 초기에는 그 꿈이 깨어진 것에 대한 상실감에 매우 슬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을 받아 들이고, 결혼 생활 외부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둡니다. 전에는 결혼 후 그런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다소 죄책감이나 안타까움 같은 것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오히려 이 관계의 장기적인 지속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에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 두고 요가원에 다녀오거나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블로그에 제 생각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두는 것도 그런 활동의 일부입니다. 또한, 전보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가 생겨, 스스로의 커리어와 수입에 대해서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의존성이 강한 편인 제게 아이러니하게도 의존할 수 없는 결혼 생활 속에서 스스로를 성숙하게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7. 관계를 위한 일정을 짤 것
휴일, 생일, 기념일, 가족 방문, 병원 예약과 같이 중요한 주간, 월간, 연간 행사들은 온라인이나 종이 캘린더에 기록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스퍼거 배우자와 함께 하는 결혼 생활에서, 캘린더에 혼자만의 시간, 대화 시간, 섹스, 함께하는 레져 활동, 운동, 명상/기도 등과 같은 스케쥴을 집어 넣는 것은 파트너와 연결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캘린더 시스템에 따라 결혼 생활에서 관계를 위한 일정을 함께 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대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일 해야 하는 수많은 업무와 활동들 사이에서 커플이 매일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두 사람 모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섹스 일정을 세우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스피 배우자에게 상대방과 연결된 느낌을 유지하고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입니다. 정형인들처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가 어린 경우, 사실 이 부분이 아주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를 돌보는 것은 정형인 아빠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빠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에너지와 시간을 소비한 뒤에 아스피 배우자에게는 부인과의 관계에 쓸 에너지가 남아 있기가 어렵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아이가 태어나고 아직 어린 아이를 돌보면서 부부 간에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활동을 할 기회가 계속 줄고, 매일 대화를 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 되면서 관계를 위한 일정을 짜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비단 뉴로다이버스 커플이 아니더라도 정형인 부부들 사이에도 아이가 어리다면 이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스피 배우자들의 경우 감각문제, 정서적 교감능력의 부재로 부모로서의 역할 이후에는 더 이상 정서적 교류나 관계를 위한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남편의 경우에도 10시 이후에는 극도로 피곤해서 잠이 들어야 하고, 그 전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분명 도움이 되는 전락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3편에서 나머지 전략들을 이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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