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뉴로다이버스 커플에게 일반적인 부부/커플 상담이 왜 독이 되는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상담사가 아스퍼거증후군,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고, 나아가 그 결혼생활 (혹은 비혼이라도 파트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갈등의 양상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넓은 범주를 포괄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쉽게 파악이 되는 정도의 자폐를 가진 사람이 정형인 배우자와 결혼까지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경우는 정말 드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뉴로다이버스 커플의 경우, 아스피 배우자/파트너는 지능이 평균 이상, 사실 매우 고지능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당연히 그런 경우 뛰어난 지능을 통해 습득한 사회 적응 기술 등을 이용해서 자신의 자폐 성향을 감추는 데 능숙하기 때문에 자폐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연애와 결혼도 불가능했겠지요.
하지만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명백하거나 명확한 자폐가 아니라는 것. 이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거나, 친밀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이루는 경우에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자폐를 가진 사람들처럼 심한 자폐가 아니기 때문에, 특히 본인은 자신의 자폐 성향을 부인하기가 매우 쉽고 심지어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가면을 쓴 아스피에게 속아서 가까운 관계에서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치밀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제대로 진단을 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런 고기능 자폐인들의 자폐 성향은 뉴로-다이버스 커플과 그 가정 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특히 정형인 배우자의 정신 건강 그리고 나아가 육아와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전에 다른 글에서 Anne Janai가 운영하는 Real Mixed-neurological 라는 웹사이트의 글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뉴로다이버스 커플에 대한 연구로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실제로 20년 이상 뉴로다이버스 커플로 그리고 45년 이상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가족 구성원과 살았던 경험이 있으며 현재 뉴로다이버스 커플과 그러한 관계에 있는 개인들에게 코칭 및 카운셀링을 하고 있습니다.)
neurodiversecouple.tistory.com/6
그녀의 의견에 많이 공감이 되기에 오늘 글도 그녀의 블로그에 개제된 글의 내용 중 이러한 주제에 대한 글을 번역해 공유 합니다.
제가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정형인과 결혼한, 믹스-뉴롤로지컬 결혼의 경우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은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더군요.
많은 정형인 배우자들은 "정말 감사해요! 제 배우자처럼 고기능 자폐가 있는 사람은 그 자폐가 정말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인식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라는 피드백을 줍니다. 또 다른 정형인 배우자들은 "제 배우자는 그저 평균 정도의 지능이지 고기능은 아니에요"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그에 대한 후속편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물론 평균적인 지능을 가진 아스피와 결혼한 정형인 배우자의 관계에 대한 인식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결혼을 하니까요. 이런 커플들은 실재하고 그 결혼 생활에서 자폐가 미치는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지능이 높은 아스피와 정형인 커플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일반론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패턴, 가능성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제가 보기에 대부분의 미스-뉴롤로지컬 커플들은 평균 이하의 지능을 가진 자폐인보다는 고기능 자폐인과 정형인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는 것입니다.
오늘 날 진단 기준에서 보면, 평균 지능 범주 역시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혹은 지능이나 언어적 장애는 없는 자폐에 포함됩니다. 제 경험상, 적어도 미국에서는, 이런 결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평균 지능 이상의 자폐인들보다 더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뉴로다이버스 커플의 다이나믹이 잘 이해되고 있거나, 뉴로 다이버스 커플의 정형인 배우자가 받아야 할 치료나 도움을 제대로 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자폐가 있는 파트너는 도움을 받고, 정형인 배우자는 그 자폐가 있는 사람의 돌보미처럼 자문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는 결혼 관계는 부모-자녀, 교사-학생의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현실적으로, 자폐가 있는 경우, 지능은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됩니다. 지능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죠. 아주 많이요. 자폐가 있는 사람들이 가장 잘 활용이 가능한 능력은 바로 지능입니다. 지능은 자폐인들에게 정형인들이 생각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나누는 뉘앙스나 사회적 스킬을 기억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하지만 물론, 모두 그렇다는 것이라 일반론입니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 더 효과적으로 행동을 보정하는 전략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보정 전략이 뛰어날 수록, 이런 사람들은 자폐가 있음에도 결혼을 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금 언급하지만, 아직도 연구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한 쪽에서 제가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쪽에서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연구로 증명이 되기 전에, 과학자들이 이러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맞는 질문을 할 수 없는 문제니까요. 그리고 지금, 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알지 못합니다. 뉴로다이버스 결혼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고, 인식이 있는 경우, 자폐가 있는 배우자가 자신들이 클리닉에서 치료를 하는 자폐인들과 비슷하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중 결혼까지 하는 고기능 자폐인의 경우,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는 스펙트럼 상의 다른 자폐인들과는 분명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은 아직까지도 가설이며 주장에 불과합니다. 연구가 아직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지요. 이 부분에 대한 미래 연구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고 인식을 고양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전세계의 뉴로다이버스 커플과 가정이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 생각에 특히 정통적인 유대인들의 경우에, 평균 이하 혹은 낮은 지능을 가진 자폐인과 정형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수많은 믹스-뉴롤로지컬 결혼은 정략 결혼, 중매 결혼인 경우가 많습니다. 더 낮은 지능을 가진 자폐인의 경우에는 더 나은 보정 전략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연애를 통한 결혼보다는 이 쪽이 쉬울 것 입니다 (제가 믿기에는).
믹스-뉴롤로지컬 결혼에 대한 인식 고양과 더 많은 연구는 절실합니다.
믹스-뉴롤로지컬 결혼은 전세계의 가정과, 친밀한 관계, 양육, 결혼, 이혼 그리고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번역글)
제 남편의 경우에도 진단을 받았지만, 진단 이후 적절한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인 아스퍼거 빅토리아 라는 단체에서 성인 아스피들을 위한 모임이나 세미나를 주최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제 남편처럼 고기능에 해당하는 아스피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세미나 주제들은 사회화를 돕기 위한 것들이 많은데 가령, 어떻게 하면 직장 생활에 적응하고 취직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내용으로 세미나가 진행됩니다. 그런데 제 남편의 경우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참석자들 상당수가 겉으로 보기에도 자폐 성향이 강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고 합니다. 도움이 아주 안 되지는 않지만, 자신은 그에 비하면 자폐 스펙트럼에 있다고 느끼기가 어렵다고 말을 하더군요. 나아가 대부분 싱글인 참석자들이 많다 보니, 실제로 제 남편이 배워야 하고 필요한 부분은 어떻게 배우자로서 양육자로서 더 상대를 이해하고 갈등을 줄일 수 있을지와 같은 내용인데, 그런 내용의 세미나 진행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뉴로-다이버스 커플 전문 상담사를 만났을 때에도 그 상담사로부터 들었던 충고였습니다.
진단을 받았던 클리닉에서도 성인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들 중 어느 하나도 제 남편에게 맞는 것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제 남편보다 자폐 성향이 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동 교정 등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 상담 밖에는 방법이 없었는데 비용이 고가이고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맞는 상담사를 찾기도 쉽지 않아 지속적인 진행이 어려웠습니다.
정형인 배우자로서 저는 이 관계와 가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제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증상 때문에 약도 복용하고 있습니다. 제 남편의 경우에는 정서적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아서 약을 복용하거나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분명 자신의 역할이나 저와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나아가 아이 양육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은데, 정형인 배우자로서 이를 차분하게 이해시키고 가르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 가정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도움 그리고 지속적인 도움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저희 커플과 가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간혹 전문가를 찾더라도 비용 문제 때문에 지속적인 도움을 받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서 누군가 목소리를 내어 주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반가웠습니다. 앤 자나이의 바램대로 고지능인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많은 정형인 배우자와 가족 구성원들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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