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남자, 왜 알아차려야 할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봤었는데요.
https://neurodiversecouple.tistory.com/19?category=957088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배우자나 남자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친밀한 관계를 나누고 살아가야 하는 정형인 배우자, 여자친구 혹은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웹사이트인 'The Neurotypical Site'에 게재된 글을 바탕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남자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에 대한 주제로 연재를 해 볼까 합니다.
상당히 자세하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남자들을 파악할 수 있는 클루들을 제시하고 있어서, 본문 내용과 함께 제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연재를 하려면 좀 긴 연재가 될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첫 편 시작해 볼게요.
(모든 연재에서 이탤릭체로 작성된 부분은 해당 웹사이트의 글을 제가 번역한 부분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남자들의 징후는 무엇일까?
성인 아스피들은 다양한 상황 대처 능력과 자신이 행동 특성들을 가면을 통해 숨길 수 있는 수 많은 스킬들을 배우고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상황들 속에서 "정상으로 통과"될 수 있습니다. 사귀는 단계 초반에 아스퍼거 증후군의 징후를 재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남자들은 당신에게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는 것, 꽃을 보내는 것, 애교 있거나 사랑스러운 문자를 매일 아침 보내는 것, 길을 걸을 때에는 당신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 자기가 "특별히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해서 혼자서 떠드는 것을 금물이라는 것과 같이 아주 명쾌한 지시 사항들을 필요로 합니다(그리고 많은 경우 그런 조언을 받구요). 아스피 남성들 대부분은 자신이 발달 장애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고, 그런 경우에는 이를 파악하기가 더 쉽습니다. 이제부터 그 징후들을 하나씩 보겠습니다.
- 말투가 현학적이고 지나치게 규칙에 얽매인 느낌입니다. 너무 세세한 디테일이나 사실적인 것들만으로 대화를 하는 경향이 있고,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여 있죠. 책에서 배운 것이나 공식적인 규칙에 갇혀 있고, 단어의 정확한 의미에 지나치게 관심을 둡니다.
- 실용적이거나 사회적 언어에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로는 부적절한 말, 번갈아 가며 대화하지 않는 것, 비공식적인 사회적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하는 것, 2 살짜리와 성인에게 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 너무 빨리 말하거나, 톤에 변화가 없이 로봇처럼 말을 한다거나, 너무 크게 말할 수 있습니다.
- 다른 맥락에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과 같이, 의미론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피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말을 할 때 "기술적" 이거나 "과학적"인 단어를 쓰고, 심지어는 "고급 어휘"를 사용해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허식으로 들리게 됩니다. 아스피들은 사회적 대화에서 사용되는 말이 학습 상황이나 책에서 사용되는 말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종종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 말투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 주제의 학자 또는 학생 그룹과 이야기하고 있다면 적절할 것처럼 말이죠. 청중에 맞게 말투를 조정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유연성 없이는 진정한 의사 소통이 어렵겠죠. 듣는 사람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이 안되는 말로 청중을 폭격할 뿐입니다.
-> 아스퍼거 증후군,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은 언어발달장애로 진단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자연스럽지 않은 언어구사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큰 특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성인 아스피들의 경우 번역문에도 설명된 것처럼 어느정도 사회화를 위한 자신만의 대처능력, 스킬 등이 발달된 상태이기 때문에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점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투가 특이한데 너무 학구적이라든지, 목소리 톤이 너무 단조롭다든지, 글자 그대로의 뜻으로만 의미 파악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어색하거나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를 비롯해 제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한 분들 중 많은 경우, 그런 이상한 점을 간과하거나 놓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제 경우에는 남편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미묘한 말의 늬앙스의 어색함까지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다른 분의 경우에는 소개팅을 한 뒤 먼 거리에 살아 롱디를 하며 전화, 메시지 등으로 주로 연락을 하다가 결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실제로 남편 분이 과학 분야 박사과정에 있어서 (그 외에도 연구원, 의사 등) 현학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직업적인 성향 때문이라고 생각하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공부 잘하는 것이 미덕인 한국 사회 정서 상, 현학적이고 전문적인 표현을 쓰며 똑똑하게 말하는 사람을 나쁘게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남자분을 만났을 때, 지적인 대화만이 아니라 감성적인 대화가 도통 어렵다면 경고 신호로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지적인 대화도 아스피의 관심 분야가 맞는 경우에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아스피의 좁은 관심 분야를 벗어난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소통하는 대화가 가능한지 보세요. 또 가령 조카에게 너무 깍듯이 (마치 다른 어른에게 대하는 것처럼) 하지는 않는지, 그런데 반면 장인 어른에게는 버릇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눈치껏 기분을 맞춰드릴 줄 모르는 건 아닌지 말이죠.
또 개인적인 경험과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제 남편의 경우에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을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에 7년이나 연애를 한 여자친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 기간에 '사랑'이 뭐냐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굉장히 교과서적이고 사전적인 답변만이 돌아왔습니다. 서로 원하고 아끼는 것이다라는 정도로요. 그마저도 대답하기를 굉장히 어려워했고 정확히 설명을 못하겠다고 한 적도 많습니다. 예전 여자친구와 7년을 연애하고 헤어졌다면 '사랑'이라는 것에 아픔이나 슬픔, 그리고 인내나 이해, 희생이나 고통 등 다른 복합적인 감정과 경험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남을텐데 전혀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표현을 못 하더라구요. 나이와 과거의 연애 경험 등을 생각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념이 잘 안 잡혀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아이를 키우며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랑이 있어서 (아스피들도 감정을 느끼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이 미숙합니다) 진심으로 딸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아마 '사랑'이 무엇인지 표현하라고 한다면 같은 나이의 정형인만큼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미숙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스피 개개인은 모두 너무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 경험의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또 국내 정서나 상황에 맞는 예와 설명도 덧붙여 앞으로 계속 연재 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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