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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 정보/내 남편 (내 남자), 아스퍼거 증후군일까?

배우자/파트너가 아스퍼거라는 것을 어떻게 이야기 할까요? - 1편

by 뉴로티피컬레이디 2022.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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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파트너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자/파트너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말해야 할까요?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블로그를 읽어 보시고 공감 후 댓글을 남겨주시는 많은 분들이 종종 이런 질문들을 주시는데요. 

 

우선 상대방이 본인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데 무언가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에 검색하다가 이 블로그를 보게 되었고, 읽을수록 상대방이 아스퍼거 증후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아요. 여러 번 본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지만, 아직까지 성인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본인의 아스퍼거에 대해서 모르고, 진단도 받지 못한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이죠. 

 

 

 

흔히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있잖아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종종 그려지는 걸 볼 수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자폐가 있기 때문에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 적응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등등... 자폐인들의 특징에 비추어 사실인 부분도 있지만 사회적인 편견이나 인식은 그 사실을 넘어서 더 왜곡된 시선,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보니 배우자/파트너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것, 혹은 부정적인 꼬리표/이름표를 붙이는 것 같이 생각될 수 있고, 듣는 본인도 이를 받아 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본인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지 못했던 경우라면, 이런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받거나 화를 내거나 대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의사소통이나 대화에 익숙하지 못한 아스피의 경우 어려운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피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멜트다운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나아가  현재 관계에서 뉴로 다이버시티가 원인이 되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감정이 많이 상해 있는 상태라면 처음 정형인 배우자가 상대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관계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 상대방 때문이라는 탓을 하기 쉽습니다. 그런 경우 상대방이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처음 남편에게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우선 제 마음이 이 모든 문제들이 결국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상대방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탓을 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구요. 또 처음 듣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말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부분, 그리고 결혼 상담사로부터 하루 빨리 이혼이 답이라는 말을 들은 것에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동안 받았던 마음의 상처와 합쳐져 감정이 매우 격해진 상태였습니다.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난데없이 와이프가 격한 감정을 누르지 못하면서 '당신이 자폐 스펙트럼인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우리 관계가 이렇게 엉망인거야'라고 이야기를 하니 황당하고 화가 났다고 합니다. 첫째로 제가 보이는 격한 감정이 너무 과하게 느껴지고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혼란에 빠졌다고 하구요(자폐인의 당연한 반응). 자신은 한 번도 자폐라는 생각도 해 보지 못했는데 그런 꼬리표를 붙이는 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관계 갈등의 이유가 자기 때문이라는 비난에는 이미 그 동안의 갈등 상황만으로도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제는 '자폐'라는 꼬리표까지 붙여 몰아붙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남편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대화를 거부하고 나중에는 소리를 지르며 폭발하는 전형적인 멜트다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남편과의 관계가 진지해지기 전에 두 사람 모두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알고 있었더라면... 그래서 서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더라면... 혹은 아직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더 클 때 (아스피 배우자의 마스킹이 벗겨지기 전, 그리고 정형인 배우자가 트라우마가 생기기 전) 더 빨리 뉴로다이버시티에 대해 알았더라면... 이 주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주 조금은 더 쉬웠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경우 그렇게 조금 더 쉽게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라는 어려운 과정들을 겪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아밍아웃(아스퍼거 밝히기), 자밍아웃(자폐스펙트럼 밝히기)'도 서로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며 겪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뉴로다이버스 관계에서 이것을 알게된 시점이 언제이든간에 '아스퍼거 증후군' '고기능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먼저 알게 된 쪽이 반드시 이를 오픈해서 말하고,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공존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뉴로다이버스 관계, 성인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배우자에게 코칭을 하는 미국의 상담심리사 Mark Hutten 역시 두 사람 모두가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관계 개선의 첫걸음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2편에서는 Mark Hutten이 말하는 배우자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하는 팁을 공유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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