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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 배우자와의 결혼

이혼율 80% 아스퍼거 결혼, 아스퍼거 커플의 어려움

by 뉴로티피컬레이디 202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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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글에서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아스퍼거 증후군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마음이론'의 결핍, Mind-blindness, 거울 뉴런의 비활성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지능이나 다른 발달에서도 많이 기능이 떨어지는 자폐스펙트럼 선상의 아래쪽에 위치한 경우와 달리,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에는 지능이 평균 이상이기 때문에 '고기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학습된 사회적 적응 기술들을 통해 성인이 된 이후에는 좀 특이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나 싶지만, 단순히 내성적이거나 순진하게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자폐나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까지 비치지는 않습니다. 특히 지금 성인인 아스피들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본인의 상태에 대해서 진단을 받고 파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아스퍼거는 1994년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진단 기준이 세워지고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본인이나 가족들도 성격이 특이하다, 고집이 세다, 자기중심적이다 정도로만 생각을 할 뿐 발달장애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신경학적인 발달의 문제입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개인의 차는 있을지언정, 가장 본질적으로 상대방의 입장,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정서적 필요를 이해하는 능력이 없거나 현저히 떨어집니다. 전형적으로 발달이 된 뇌를 가진 사람이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능력, 즉, 자신과 타인의 감정이나 필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공감을 하기 위한 뇌기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뉴로다이버스 커플에서 정형인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이는 비극이자 형벌이고 사형 신고와도 같습니다. 특히 장기적인 관계에서 인간의 사랑은 정신적 교감과 공감, 서로에 대한 이해를 본질적인 요소로 합니다. 하지만, 본질이 결여된 관계가 점점 성숙해지고 깊어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뇌신경학적으로 발달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 만난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들로 (특히 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미성숙함으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가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는 슬프지만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성인 아스피의 정신적인 성숙도는 개인차는 있겠지만 정형인 배우자에 비해서 훨씬 뒤쳐져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린 시절 우리는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를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성숙해진다는 것은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인식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나의 건강한 경계를 세우며 상대방의 경계도 존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발달의 기본이 되는 나와 타인,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해를 능력이 없으니, 정신적 발달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사회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면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관계도 유지할 있는 수준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같습니다. 특히,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분이라면요. 하지만 우리는 직장 동료들과 휴식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잡담에서 상대방의 진심어린 공감을 구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십 대시절대여섯 명이 그룹 지어어울리던 집단에서의 우정은 같이 스티커 사진을 찍고, 학원을 가고 노래방을 가고, 게임을 하는 동년배 간의 어울림에 목적이 있을 뿐입니다. 그중예외적으로 아주 가까워지는 몇몇을 제외한다면 그룹의 모든 친구들에게 내 마음 속 깊은 내면의 상처나 생각에 대한 공감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바는 다릅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고 완벽하지 않은 나와 상대방의 모습 모두를 포용하는 관계에서 진정으로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한다고 느낍니다. 그러한 관계에서 살아갈 힘을 얻고 강해지고 성숙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상 아스피 배우자 혹은 연인에게서 이러한 기대를 하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아스피들도 인간 관계나 사랑에 대한 필요와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형인에 비해 그에 대한 인식과 성숙이 매우 더디기 때문에 동일한 속도나 정도로 깊어지는 관계에 대한 필요 느끼고 이해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형이 배우자에 비해 둘 사이의 관계의 문제들에 대해  불만을 느끼지 않고 문제의식도 느끼지  것이지요. 오히려 아스피는 깊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에서 많은 피로와 부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잘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 공감을 기대받는 상황에서 불편함과 어려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하고 정형인 배우자가 원하는 만큼 의미 있는 것들을 함께 하려 하지 않으며 관계를 성숙하게 발전하는 것에 흥미를 보이지 않죠.

 공감과 소통의 불가. 뉴로다이버스 커플이 마주하는 어려움은 너무나 본질적입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뉴로다이버스 부부 즉, 아스퍼거 결혼의 80%가 이혼을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인 아스피들은 본인 뿐 아니라 배우자도 두 사람의 사이의 문제의 원인이 한 쪽 배우자의 뇌신경학적인 발달장애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현재 성인이 된 세대가 어린 시절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그러한 개념을 알지 못하고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소통과 대화가 불가능한데 원인을 알지 못하니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지고, 일반적인 부부/커플 상담은 뉴로다이버스 커플에게는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정형인들 사이의 소통방식은 뉴로다이버스 커플에게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죠. 뉴로다이버스 커플 특유의 문제와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문가만이 도움이 되는 조언과 상담을 제공할 수 있지만, 문제는 많은 커플들이 원인도 정확히 파악을 못 하고, 어렵게 알게 되어 진단을 받는다고 해도 도움을 구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에 누구도 잘못이 없습니다. 사람 모두 자신이 선택해서 아스피 또는 정형인으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필요와 욕구는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수많은 자료들과 연구들은 자폐 스펙트럼의 특징에 대해,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주어야 할지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정형인 배우자가 상대방의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형인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다른 특징을 가진 대상은 아스피인 것이 사실이고, 정형인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을 맞습니다. 하지만 아스피 배우자의 다름이 존중받아야 하고, 그의 필요가 충족되어야 하는 것만큼, 정형인 배우자의 정서적 필요와 다름(자폐 스펙트럼과 비교하여 다르다는 의미에서) 역시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마음이론이 없는 아스피가 정형인 배우자를 이해한다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그렇게 상호적인 이해가 있어야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계와 전문가분들은 실제 관계에서 정형인 배우자가 이미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를 봐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를 더 할 기회가 있겠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는 정형인 배우자는 공감 능력과 상대방을 보살피는 성향이 평균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형인 배우자는 이렇게 불균형한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너무나 많은 힘을 쏟지만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함으로 인해 우울증, 불안, 번아웃 증후군 등 수많은 정신적 아픔을 겪게 됩니다. 반면, 아스피 배우자는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으며 큰 타격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겪게 되는 트라우마와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 등을 비롯한 모든 정신적 상처에 대한 논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마땅히 받아야 하는 도움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수준입니다. 제가 사는 호주는 국민들의 정신 건강과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더 선진화되었다 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제가 개인적으로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일 년에 10회까지 개인 상담에 대한 지원금(영주권자와 시민권자 대상)은 가능하지만, 커플 상담은 이러한 혜택이 없습니다.  배우자가 고기능 자폐로 진단을 받는 경우 그 가족 구성원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이나 혜택도 전무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사실 성인 아스퍼거에 대한 인식도 미미하고 뉴로다이버스 커플, 그리고 나아가 가족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공론화된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아스퍼거 남편/부인을 둔 배우자들의 온라인 모임도 있고,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할 공간들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나 자료가 부족하고, 국내 서적은 전무하고, 번역서도 풍부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전문적으로 뉴로다이버스 커플의 상담이 가능한 상담사도 (조심스럽지만) 거의 없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너무 다른 두 사람, 그리고 관계의 본질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정확히 알고 이해해야 공존할 수 있을지, 헤어지는 것이 나을지 제대로 된 결정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저 스스로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해외 자료들에서도 실제로 아스퍼거 결혼을 '계란판 위를 걷는 것 같다 (walking on eggshells)'고 표현을 합니다) 결혼 생활을 아직 유지하고 있고 그 결론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원인도 모르고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이 제 개인적인 경험과 스스로 공부하면서 알게 된 정보와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해외 자료들을 좀 더 이 공간을 통해 공유하고 뉴로다이버스 커플에 대한 인식 고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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