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스퍼거라면?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부모와 성장한 자녀들의 이야기 - 부모가 자폐 스펙트럼에 있다는 의심이 들 때 1편

 자폐 스퍽트럼에 있는 부모의 육아를 이야기할 때 그 자녀의 입장과 경험을 빼 놓고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번에는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아빠들의 이야기를 공유해 보았다면 이번에는 자녀의 입장에서 경험한 부모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 연재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neurodiversecouple.tistory.com/53

아스피 아빠, 스펙트럼 아들

https://neurodiversecouple.tistory.com/52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아빠의 고군분투 육아

 오늘은 굿테라피라는 심리학 관련 웹사이트에 게재된 '부모가 자폐 스펙트럼에 있다는 의심이 들 때'라는 글을 번역 공유하고 제 생각을 공유해 보려 합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goodtherapy.org/blog/when-you-suspect-parent-may-be-on-autism-spectrum-0610164

 

When You Suspect a Parent May Be on the Autism Spectrum - GoodTherapy.org Therapy Blog

 

자폐 스펙트럼(ASD)의 특성이나 진단을 받은 자녀의 부모를 위한 많은 문헌과 지원이 있습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이 한 쪽 파트너에게 있는 경우, 즉 뉴로 다이버스 커플에 대한 글들을 자주 씁니다. 이런 커플들을 위한 책도 많이 있지요.  하지만 당신의 부모 중 한 명이 스펙트럼에 있을 수 있다고 의심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는 자료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당신에게는 지금 자녀가 있고 그 중 한 명이 자폐증을 보이는 것 같아 새로운 관점에서 당신의 가족을 바라보아야 겠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자폐증임을 발견했을 수도 있겠지요. 또는 자폐증에 대해 충분히 일고난 뒤 ASD가 당신이 항상 부모와 함께 겪었던 어려움, 즉 지금까지 당신을 당황하게 했던 도전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당신이 걱정하는 것은 당신의 아버지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은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일 수 있습니다. 무서운 일일 수도 있죠. 성공적인 삶과 장성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에 대해서 그러한 생각을 할 권리가 있는지 의아한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당신에게는 늘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버지는 항상 당신에게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 모든 세월 동안, 당신은 문제의 근원이 당신에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당신은 왜 항상 아버지가 가차 없이 비판적인 판단을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왜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긍정적인 인정을 해 주지 않는지 궁금할 것입니다(“다른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을 수 있는데 왜 수학에서 꾸준히 B를 받는거지?”라고 묻는 식).

왜 당신의 아버지는 농담(당신이나 다른 사람의 농담-아버지는 농담을 하지 않음), 비유적 표현(아버지는 늘 문자 그대로 받아들임) 또는 사회적 관습("발렌타인 데이는 카드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한 핑계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궁금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당신에게 돈은 보내줄 수 있으면서 어떤 때이든 당신이 처한 감정 상태에 대해 거의 묻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지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왜 어머니가 더 이상 자신의 관심사나 친구를 거의 갖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의 계획과 관심사를 지지하며 사는 것처럼 보이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왜 당신을 안아주지 않고 당신이 그를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지 궁금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너무 빨리 화가 나고 그로부터 회복하는 데 너무 느렸기 때문에 우울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노력해 온 결실 없는 세월에 대해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화가 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아버지가 자신이 그렇게 하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계속해서 자식들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할 것입니다.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정신 건강 전문가의 범위 내에서도 고기능 자폐증(최근까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불림)이라는 개념이 이해되기 훨씬 이전에 당신의 아버지가 성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최근까지도 자폐증은 언어와 행동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동을 특징으로 하는 가장 역기능적인 형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경미한 형태의 자폐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ASD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이제 나이가 들었고 어린 시절 경미한 자폐증의 사회적 징후를 보인 사람들은 "별난" 사람, "딴청 피우는" 사람 또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친구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고, 침실에 화학 실험실을 꾸미는 별난 모습도 보이고, 고급 언어 능력으로 어른들과의 교류를 선호했을 수도 있습니다.

 

ASD를 가진 아이들의 강렬한 특별한 관심은 대부분 조숙한 것으로(가령 "Brian은 태양계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같은 경우), 또 어쩌면 흥미로운 것으로 ("공룡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면 Amber에게 물어보면 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상하기도 합니다("Thomas는 산업용 배기 시스템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같은 경우). 그에 대한 판단은 아동의 특별한 관심이 얼마나 주류에 가까운 것인지에 따라 달랐겠지요.

운이 좋은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특별한 관심이 성공적인 전문 직업(법률, 의학, 대학 교수직, 음악, 공학)으로 이어지는 학문적 추구와 일치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고 그 결과 눈부신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자녀와 아내에게 이것은 큰 혼란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에게 가장 분명한 분열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는 집 밖의 세상에서 저명하고 존경받을 수 있지만 문이 닫히고 가족끼리만 집에 있을 때에는 다른 사람이 나타납니다. 조용히 먹기를 좋아하는 이 사람은 매일 저녁 저녁 식사 후에 서재로 돌아와서 가족들의 취침 시간이 훌쩍 지날 시간까지 혼자만의 세계에 몰두하고, 다음 날에는 가족 모두보다  일찍 일어나서 가족들보다 일찍 집을 나서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딸아이의 발레 공연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기저귀를 갈아 본 적도 없고 때때로 아이들에게 정형화된 딱딱한 영어로 된 취침 시간 이야기를 읽어 주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여기까지 번역문

이번 글은 원문의 내용이 길어서 1편과 2편으로 나눠 짧은 연재를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남편과 함께 딸아이를 키우면서 배우자로서 제가 결혼 생활에서 느끼는 고충도 고충이지만, 나날이 커가는 딸에게 아빠의 아스퍼거 증후군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염려도 되고 궁금한 점도 많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에 계신 뉴로다이버스 커플의 정형인 배우자이시라면 아마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해 보셨을 거에요.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연구가 아동의 자폐에서 벗어나 성인에 대해서 조망하기 시작한 것도 정말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의 주변 사람들, 특히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최근 들어 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부모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경험한 자녀의 이야기는 정말 찾기 어려운 현실이지요. 글쓴이도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오은영 선생님의 육아 관련 티비 프로그램인 '금쪽이'가 아이를 육아하는 부모들 뿐 아니라, 미혼인 2-30대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스스로 돌아보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금쪽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 우리 부모님이 일부러 그러신 것은 아니고, 잘 몰라서 저렇게 하셨을 수 있겠다'라는 식으로 힐링을 얻는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어린 시절 양육자의 태도는 한 사람의 인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성인이라면 크게 상처 받지 않아도 될 일도 어린 시절에 겪을 경우에는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성인이 되어 살아가면서도 내면에 치유해야 할 상처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형인 부모도 이처럼 어려운 것이 육아이고, 때로 우리도 사람인지라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 파악이나 표현도 미숙하고, 나아가 상대방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부모라면,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정서적, 감정적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글쓴이도 원문에서 이로 인해 느꼈던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부분들을 이야기 합니다. 밖에서는 성공한 아버지가 집에서는 왜 자신만 생각하고 자기만의 시간만 원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지... 필요할 때 돈은 주지만 내 감정은 왜 묻지 않고 관심 가져주지 않는지... 

 

성인인 정형인 배우자도 아스피의 의도치 않은 고립성, 자기 중심성, 감정적 교류의 부족, 유연성 부족 등과 같은 여러가지 아스피적 성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혼란스럽습니다. 가까운 사람이기에 정형인이니까 당연히 기대하는 부분들이 예상치 않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좌절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하물며 미성년자인 어린 자녀들에게 이런 혼란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스피 부모의 양육이 있었다 하더라도 충분히 훌륭하고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한 자녀들이 너무나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성장 과정 속에서 수많은 내면의 갈등과 상처를 안고 홀로 해결해 보려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제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미리 알고 이해한다면 그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이겨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결국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들 모두 사랑하는 제 가족 구성원들이기 때문이죠. 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연재에서 원문의 나머지 번역본을 공유하고 더 많은 생각 나눠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