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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 배우자와의 결혼/아스피 배우자와의 육아

아스피 아빠, 스펙트럼 아들

by 뉴로티피컬레이디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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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퍼거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어느 정도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인데요. 어느 연구에서는 남성에게 더 발현되기 쉬운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 아빠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경우 아들에게 유전 될 확률이 25%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제 경우에도 제 남편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안 즉시, 별도의 진단이나 다른 어떤 설명이 없이도 시아버지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남편이 본인의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그 내용을 듣고는 "그건 너보다는 네 아버지 이야기 같구나"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제 주변에 아스피 배우자 모임에서 만난 분들, 혹은 남편이 아스피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아도 꽤 높은 확률로 시아버지 역시 (드물게 시어머니) 아스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아스피 아들에게는 아스피 아버지가 있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은 확률로 있고, 아스피 배우자와의 결혼 관계에서 아스피 아들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확률이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아스퍼거/자폐 네트워크 사이트에 게재된 '아스피 아빠, 스펙트럼 아들'이라는 글을 번역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https://www.aane.org/aspie-dad-spectrum-son/

 

Aspie Dad, Spectrum Son – The Asperger / Autism Network (AANE)

What an experience this has been! Fatherhood in this day and age is no easy undertaking regardless and who is or isn’t on the Spectrum. Take it up a notch

www.aane.org

 정말 엄청난 경험이에요! 요즘 시대에 아빠가 된다는 건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쉬운 일이 아니죠. 아빠와 아들이 모두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경우라면 훨씬 더 어려운 일이구요. 의심의 여지 없이, 이 경험은 내 인생에서 제일 도전적이고 어려운 과제였어요. '어려운 도전'이라는 말이 다 설명을 못 할 정도죠. 보기 드물게 비범하다는 말도 떠오르네요.

 

 제 아들과 저는 그냥 이런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우리는 우리가 최선을 다 해 쓸 수 있는 카드를 받았죠. 수 년 간의 노력 끝에, 저는 제가 누군인지 받아 들이게 되었고, 아스퍼거 증후군이 내 정체성의 일부임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제 곧 10살이 되는 제 아들은 가끔 자폐가 그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적어도 지금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살면서 수 많은 어려움들이 그가 자신의 자폐 성향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저는 제 아들이 이런 피할 수 없는 어려움과 시도들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제 아들보다 먼저 제 아들이 맞닥뜨리게 될 자폐로 인한 어려움들을 이미 겪었고, 그 고난 속에서 생존하여 전보다 더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저는 제 아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관련된 지혜를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지혜를 공유함으로써 제 아들을 위해 가장 희망하는 것은 내면적인 강인함, 튼튼한 자존감, 그리고 행복감입니다. 제가 살면서 깨달은 바에 따르면, 이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되는 것은 저를 여러 방면에서 변화시켰습니다. 제 아들이 태어나기 전과 비교해서 저는 감정적으로 더 강해지고, 더 현명해지고, 더 유연해지고, 덜 집착하게 되었으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성향이 덜 해졌고, 제 주변에 대해 더 많이 인지하고, 더 인내심이 생겼습니다. 제 아들도 자폐가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측면에서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했고, 저는 실제로 그렇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정말 되고 싶은 모습과 비교하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제게 있어서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의 핵심은 제 스스로의 발전에 있어서 제 노력과 제가 위치한 지점에 절대로 완전히 만족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 가짐이 저를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게 합니다! 제 아들의 어려운 행동들을 다뤄야 하는 것은 엄청난 수준의 감정적인 힘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제 아이가 힘들게 할 때 제가 지지 않도록 말이죠. 유연성도 매우 중요한데 저를 보고 제 아들이 이런 유연함을 배워서 좀 더 유연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중심적이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것, 이 부분은 아스피 특징의 핵심입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보다는 아이의 최선을 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제 아들은 무엇을 하나 배우기 위해서는 수 없이 반복하여 시도하고 실수를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내심이 요구되죠. 제 아들은 보통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아이가 어떤 요구나 훈육에 즉시 따르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게 맞는 일을 하는 것이고, 제 아들도 마찬가지이죠. 제가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도 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저는 제 아들에게서 제 모습을 많이 봅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제 아들도 제게서 그의 모습을 볼 것이라 희망해요.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아버지와 아들로서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연결은 정말 특별하거든요. 

 오늘까지도, 저는 "독신 남성 마인드"라고 불리는 아스피 성향에 근거한 제 성격들 때문에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역할들 속에서 기능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을 느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가지고 전투에 임합니다. 독신 남성 마인드로 인해 저는 여전히 제가 싱글이고 제 스스로에 대해서만 책임져야 하는 때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결정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죠. 제가 싱글이었을 때 제 삶이 더 편안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제 것이 된 습관을 깨는 것이 특히 어렵기 때문에 저는 아직도 이런 독신 남성 마인드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제가 원하는 것보다는 진전이 느리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성장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저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고는 했어요. 제 아들과 있을 때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늘 최선의 방식은 아니죠. 비언어적인 신호가 최적인 상황에서 아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 저는 이런 독신 남성 마인드와 맞서 싸워야 합니다. 아들이 저와 놀자고 하는데 피곤한 나머지 소파에 드러누워 있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게 될 때, 저는 독신 남성 마인드에 지는 것이죠. 아들과 노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될 것이니까요. 소파에서 스스로를 끌어내어 아이와 노는 때, 저는 그것을 진전이라고 할 거에요.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아들의 아스피 아빠로서, 독립성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거에요. 제 아들을 양육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어떤 역할과 비교할 때에도 최고로 경이로울 정도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저는 제 아들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사랑합니다. 번아웃을 피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최선의 방법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고, 감사하게도 제 아내와 아들은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평일에는 거의 늦게 집에 돌아오고 주말에는 여기 저기에서 저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좀 보내곤 합니다. 이런 시간들은 제게 중요한 것을 할 시간을 줍니다. 제가 특별히 바쁠 때 일을 따라잡는 것이라든지, 친구들을 만나는 것, 자폐 스펙트럼 커뮤니티 활동 (이런 블로그를 쓰는 것을 포함해서), 제가 관심을 가지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 등과 같은 일들 말이죠. 육아를 위한 제 능력은 이런 독립적인 시간을 갖는 것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실적인 기대치는 좋은 아빠의 역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가 저와 제 아들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잡지 않는다면, 저희 둘 다 무능력자처럼 느껴질 거에요. 제가 제 아들에 대해 기대치가 너무 높은 때에는, 그 기대치를 낮추고 아들이 실패나 부족해도 괜찮도록 해서 아이의 자존감을 위해 타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제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경우,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울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대신에 저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작게 조금씩 발전 단계를 거쳐 개인적인 성장과 학습을 기대하는 방식을 택하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전투를 고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게 정당할 때에는 하고 싶은 말을 꾹 참습니다. 어떤 부분은 잘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대하고, 성공하기 전까지는 수 많은 실수도 할 수 있겠지요. 때로는 앞으로 한 발 이상 나아가기 전에 한 걸을 후퇴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가끔 후퇴 작전을 쓰기도 합니다. 저는 아스피로서 제 인생 경험을 반영해서 이러한 선 상에서 제 기대치들을 수정하고, 제 아들 또한 아스피라는 것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나은 결과가 발생할 때 기분 좋은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분을 남겨두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때에는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제 아들에 대해서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작은 진전이고 전혀 엄청난 성취가 아닌 것이라도 이를 잘 살펴보아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아들에게 아스피 아빠로서 부모가 되는 어려운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도구이자, 잘 이겨낼 수 있는 전략이 됩니다. 저는 저와 제 아들이 사람 많은 슈퍼마켓에서 장을 봤을 때, 제 아들이 먼저 이렇게 이야기 했던 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빠, 우리는 좀 천천히 비켜가야 해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저희 쪽으로 와요" 그리고 제 아들은 정확히 그렇게 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장소에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게 그렇게 기억할 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이는 정말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그게 그냥 슈퍼마켓에서 일상적인 날이었다고 해도 말이죠. 그리고 제 아들과 그 아빠라는 그 관계 역시 그렇게 특별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여기까지 번역문

 자기 중심적인 성향과 변화를 어려워 하는 성향 때문에 '독신 남성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혼자 살던 때와 변함없이 지내고 싶어하는 모습은 제 남편에게서도 늘 드러나던 문제점이었습니다. 남편이 아스피인 것을 알기 전에 늘 다툼이 일어나면 했던 말이 이런 부분이었습니다. 

 

 "당신은 이기적이야. 이제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는데, 왜 당신은 여전히 싱글일 때처럼 편하게 지내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 당신 역할을 전혀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고. 퇴근하고 나서 손 하나 까딱하기 싫지 않은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있겠어? 그래도 아이가 있고 결혼을 해서 가정이 있으면 같이 도와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 정리도 함께 해야지. 그렇게 누워서 티비만 보고 싶어하고, 핸드폰만 하고 싶어하면 당신이 안 하는만큼 내가 혼자 몇 배로 더 힘들어야 한다는 점은 생각 못 해본거야? 나라고 안 쉬고 싶고 안 놀고 싶은 줄 알아? 나도 하루 종일 일했고, 당신보다 더 많이 육아에 집안일에 쉴 수도 없었다고. 정말 게으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과 살고 있어 너무 억울하고 힘들어"

 

 남편이 아스피인 것을 알게 된 후에야 그것이 정말로 '자기만 편하겠다는' 악의에 찬 이기심 때문이라기 보다는 아스피 성향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원인이 무엇이든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해주는 남편인데 결국 내가 느끼는 어려움은 똑같은 것이 아닌가, 게다가 치료라는 것이 없다면 계속 이렇게 부족한 점이 많은 남편이자 아빠일텐데 결국 내가 다 짊어져야 하는 것인가하는 억울함과 걱정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제 사랑하는 아이에게는 하나 뿐인 아빠이자, 아이를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빠이기도 했지요. 그런 아빠에게 아이 앞에서 계속 불평불만을 늘어 놓고 싸우는 모습만 보이는 것도 옳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사람인지라 이미 너무 많이 그런 상황들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상황의 원인을 생각하고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느리고 더디지만, 남편의 '독신 남성 마인드'도 진전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때마다 아이의 우유를 데워주고,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 운동을 같이 하고, 블럭이나 보드게임을 같이 하는 등, 엄마가 아닌 '아빠와 함께 하는 것'들로 아이의 마음에 자리 잡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따지자면 여전히 제 역할이 크고, 남편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나날이 성장하는 아이의 정서와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해 아이와 아빠 사이에 싸움도 많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간을 주며 기대치를 낮추는 것, 그리고 남편에게도 위의 아버지처럼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 가닥 희망이라면, 공유하고 있는 글들에서처럼 아스피 아빠들도 느리고 더디지만 자신의 자폐를 받아 들이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며 발전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형인 배우자의 인내심과 도를 닦는 듯한 과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 보다는 이런 희망이 있는 것이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 주지 않나 싶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도 아스피 아빠/배우자와의 육아에 관련된 좋은 글들로 다시 찾아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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