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 배우자와 살아가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에 대한 연재 이어가고 있어요.
이번 연재는 2017년 FAAAS라는 기관에서 아스피 파트너(남편, 남자친구 등 모두 포함)와 살아가는 정형인 파트너(부인, 배우자, 여자친구 모두 포함)의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www.faaas.org 와 www.theneurotypical.com 웹 개제했는데, 이 내용을 번역, 공유하고 제 경험과 생각을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FAAAS는 Families of Adults Affected by Asperger’s Syndrome의 약자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성인 가족들을 위한 연구와 지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연재 7편까지 설문 내용 전체를 번역, 공유하고 제 생각과 경험담을 덧붙였는데요, 연재 8편부터는 해당 기관에서 발간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번역, 공유하고 코멘트 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25. 가정 폭력 및/또는 학대를 당하고 있나요?
참가자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사람들이 가정 폭력이나 학대를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22명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Q 58. 가정 폭력 및/또는 학대를 안고 살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단 14명만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다.
이 두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수와 파트너로부터 다음과 같은 상호 작용 및 행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훨씬 더 많은 수의 응답자 사이에는 혼란스러운 모순이 있습니다.
· Q 23.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우려와 현실에 대해 부정하나요?
응답자 모두 자신의 우려와 현실을 외면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 Q 56. 두려움을 느끼십니까?
5명만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느낀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 Q 14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진실을 부인하나요?
진실이 결코 부정되지 않는다고 대답한 사람은 단 한 명뿐입니다.
· Q 15 당신은 자신의 진실과 온전함을 의심하도록 조종당하고 가스라이팅 당한다고 느끼십니까?
단 한 명의 응답자만이 자신이 제정신인지 의심하도록 조종당했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 Q 43 파트너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당신을 조종하고 이용한다고 느끼십니까?
오직 2명만이 파트너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만으로 조작된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 Q 3.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인식하고, 존중하나요?
모든 응답자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무례함, 인정받지 못함 그리고 무효화를 경험했습니다.
· Q 1.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관점, 관심, 필요를 고려하나요?
모두 자신의 관점, 관심사 및 필요가 파트너에 의해 고려되지 않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들의 필요와 관점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 Q 5. 일상적인 문제나 상황에 대해 상호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있습니까?
오직 한 명의 응답자만이 일상적인 문제와 상황에 대해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 Q 42. 당신은 파트너가 당신을 충분히 감사히 여기지 않는다고 느끼나요?
Q 59 당신은 충분히 감사한 존재로 인정 받는다고 느끼십니까?
모두가 감사히 여겨지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 Q 24. 당신은 당신의 파트너와 상호 작용하는 동안 위협과 굴욕을 느끼십니까?
한 번도 겁을 먹고 굴욕감을 느낀 적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 Q 8. 상대방이 부당하게 대했을 때 이에 대해 경고를 하고 "마땅한 응징"을 받기 위한 상호 절차가 있습니까?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느꼈을 때 “마땅한 정의”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 Q 37. 일관성 없는 사랑의 메시지가 당신의 관계를 특징짓습니까?
아무도 일관된 사랑의 메시지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 Q 22. 당신은 불충분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나요?
7명만이 자신이 안전하지 않거나 불충분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 Q 63. 파트너가 예상치 못한 폭발을 하나요?
파트너로부터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폭발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8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정 폭력이 단순한 신체적 학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폭력은 사회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 심리적, 육체적일 수 있습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학대 행위의 결과는 받는 사람에게 동일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가정 폭력/학대 및 강압적 통제에 대한 최근 논의되는 정의에 대해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여기까지 번역문
흔히 가정폭력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매 맞는' 아내 혹은 남편을 떠올립니다. 그만큼 우리가 생각하는 가정폭력인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의 형태가 전형적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이 가해지지 않더라도 가정폭력은 충분히 다양한 형태들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성적, 심리적 등의 양상으로 말이죠.
뉴로다이버스 커플의 경우 뇌신경학적 차이로 인한 정서 성숙의 불일치 때문에 아스피 배우자는 의도치 않게 정형인 배우자의 정서적 필요, 성적 필요, 심리적 필요 등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이러한 필요들을 채워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자기 중심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하기 쉽기 때문에 자신의 기준과 삶의 방식을 상대방에게 고집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압력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스피는 개개인마다 성장 과정, 타고난 성향, 기질, 가지고 있는 다른 정신 질환이나 뇌신경학적 문제 등으로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가령, 경우에 따라서는 나르시스트 성향을 같이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이 경우에는 단순한 아스퍼거 증후군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아스피들 상당수가 함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ADHD성향도 관계에서 추가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정형인 배우자는 더더욱 정서적, 심리적 학대를 경험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 스펙트럼이 가지고 있는 기본 특성과 그것이 친밀하고 장기적인 성인 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점들은 정형인 배우자에게 일종의 '학대'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스피들은 악의적으로 이런 행동이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쁜 마음을 가지고 신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경우에 따라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는 아스피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개인 성향 때문이지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정신적,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폭력 등이 아스퍼거 증후군에 기반한 아스피의 성향 때문에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관계 속에서 그러한 학대 문제가 있습니다.
위 설문 분석을 보면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이 '가정 폭력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대답해 놓고는,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조종 당한 기분이다' '내 감정이 무시 당했다' '감사히 여겨지지 못하고 있다' '내 진실이 무시된다' '내가 하는 걱정이나 우려가 무시된다' 등과 같은 내용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즉, 신체 폭력은 없으나 정신적, 심리적, 사회적 폭력 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다른 종류의 폭력 역시 명백한 가정 폭력이며, 아스피 배우자가 고의적이든 아니든 이를 받아 들이는 정형인 배우자로서는 똑같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설문 분석에서도 언급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부분이 정형인 배우자로 하여금 지속적인 트라우마 관계 증후군을 앓게 하는 원인이 되겠지요. 전문가들은 트라우마적인 관계 속에 지속적으로 있는 경우, 이러한 폭력의 양상을 미처 파악하기 어렵고, 그것이 더 큰 위험 요소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제 경우에도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알기 전에는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이 너무 설명이 되지 않아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는지 고민하며 상대방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정신적으로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위축되고 자책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마저도 도저히 아닌 것 같으면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미움이 다시 솟구쳐 오르는 식으로 부정적인 사이클의 반복을 경험했었죠.
하지만 남편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이 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양상과 의도치 않은 다양한 폭력의 형태 등에 대해서도 알게 된 뒤에는 더 이상 혼란스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상대방의 의도치 않더라도) 그런 정서적이거나 심리적인 폭력을 겪을 때, 한 발짝 떨어져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때로는 남편에게 직접적으로 왜 이런 언행이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 연재에는 호주에서 정의하는 위에서 말하는 신체적, 물리적 폭력을 제외한 나머지 폭력의 양상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잘 알고 있어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거든요.
그럼 다음 연재로 이어 찾아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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