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 배우자, 정형인 배우자와 정서적인 발달 면에서 어떻게 다를까? 아스피 배우자와 살아가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 - 14편

아스피 배우자와 살아가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에 대한 연재의 거의 마지막에 다다랐네요.

이번 연재는  2017년 FAAAS라는 기관에서 아스피 파트너(남편, 남자친구 등 모두 포함)와 살아가는 정형인 파트너(부인, 배우자, 여자친구 모두 포함)의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www.faaas.org 와  www.theneurotypical.com 웹  개제했는데, 이 내용을 번역, 공유하고 제 경험과 생각을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FAAAS는 Families of Adults Affected by Asperger’s Syndrome의 약자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성인 가족들을 위한 연구와 지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연재 7편까지 설문 내용 전체를 번역, 공유하고 제 생각과 경험담을 덧붙였는데요, 연재 8편부터는 해당 기관에서 발간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번역, 공유하고 코멘트 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연재에서는 정형인의 일반적인 발달과 인생의 주요 성취 (마일스톤)의 모습들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와는 상당히 다른 아스피들의 발달과 마일스톤 성취의 불가능이 어떻게 결혼 생활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설문 조사 분석 본문 중

 

정형인이라는 용어는 신경, 인지적인 주요 성취를 달성하여 전형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사람들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발달 수준, 단계, 마일스톤 혹은 능력은 우리의 학습 및 발달에 기반을 두고 발현됩니다. 정형인들은 이러한 부분들을 상대적으로 쉽게 성취합니다. 자폐/고기능 자폐라는 신경 발달적인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이러한 성취가 더 어렵게 됩니다. 

 

이 중 몇몇은 비판적인 사고, 인식, 지적, 사회적, 감정적, 언어 및 운동 능력 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감각/인식의 영역에 대한 것입니다.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능력 영역들이 고르게 발달하는 정형인들과는 달리, 능력의 최고치와 최저치가 불균형하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영재성에 대해 생각할 때 꼭 기억해야 하는 하는 부분입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자폐 성향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들은 정형인들이 사용하는 "사회적 본능"과 같은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정형인들과 달리,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교류에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본능적으로 터득하지 않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능력치에 불균형한 패턴을 보이곤 합니다. 이들은 언어 구사 능력이나 적응 행동 능력과 같은 인지 능력의 일부 영역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를 딸 수도 있지만, 기계적 암기나 비언어적 기술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는 평균 혹은 그 이상의 점수를 딸 수 있습니다. 

 

자폐는 그 자체로만 나타나기도 하지만 지적 장애, 불안 장애, ADHD, OCD, 뚜렛 증후군, 학습 장애, 간질, 결절성 경화증, 기분 장애, 섭식 장애, 및 조울증 및 기타 장애들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성숙한 발달의 주요 성취 (마일스톤)

 

정형인:

·        스스로를 안다.

·        자신의 의도를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 하기 위해 일련의 행동, 말, 생각들을 엮을 수 있다.

·        생각이라는 측면에서 자기 자신을 안다.

·        마음 속에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함께 그려볼 수 있다.

·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이에 대해 언어로 세상에 말할 수 있다.

·        매일 좀 더 복합적으로 성장한다.

·        논리적이고, 화합적이며,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        자기 자신에 대한 확대된 복합적인 인식이 있다.

·        새로운 경험은 그들의 흥미와 능력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        수백만 건의 매일 매일의 상호 교류, 미소, 눈빛, 질문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더욱 견고하게 한다. 

·        인생 전반에 걸쳐 사용하게 되는 추가적인 인식, 지적, 정서적, 사회적 기술들을 끊임 없이 쌓아 간다. 

·        스스로 규제한다.

·        더 넓은 세상에 대해 관심이 있다. 

·        친밀한 관계, 포용, 사랑에 빠지는 것에 대하여 탐색하고 유지할 능력이 있다.  

·        양방향 대화가 가능하다.

·        복합적인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 소통 방식을 사용한다.

·        정서적인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하며 이해한다.

·        정서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을 통합할 수 있다. 

·        하나 이상의 가능성에 대한 감정을 탐색하기 위해 다면적인 인과적, 제3자를 고려하는 사고를 사용한다. 

·        가족 역동성과 부모와 같은 다양한 사람들의 역할을 이해한다. 

·        단순히 한 사람의 욕구가 충족되었는가의 측면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의 측면에서 가족 역동성을 이해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여기까지 번역문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배우자와 살고 있는 정형인 배우자라면 위의 내용들을 읽으면서 '맞아, 이런 부분이 우리 남편에게서는 너무 부족해서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고, 화가 날 때가 많아'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본 설문 조사의 분석 마지막에 언급된 것이니만큼 위에서 언급된 정형인들이 성취하는 인생의 마일스톤들은 광범위하게 나열된 목록이 아니라, 아스피 배우자와 비교하여 정형인 배우자는 성취할 수 있지만, 아스피 배우자는 성취하기 어려운 부분을 나열한 목록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요. 

 

 제 남편의 경우에도 항상 자기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현실적이고 정확하지 않고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 남편의 경우에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성향의 아스피이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심한 자책이나 비하로 우울해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잘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잘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거나,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특히 인간관계나 사회 활동과 관련한 부분) 현재의 문제도 해결이 되지 않고 향후 발전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통제 능력, 스스로를 규제하는 능력도 부족한 편이어서 술을 마시면 초저녁에 잠이 들기 일쑤이면서도 잘 통제하지 않고 취할 때까지 저녁을 먹으며 술을 곁들인다든지, 가족 시간에 방해가 되니 특정 시간에는 사용을 자제하기로 한 스마트폰 사용을 계속 한다든지 하는 행동을 많이 보입니다. 늘 익숙한 것, 편안한 것 이외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도 별로 없어서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 없음) 정형인인 제 입장에서는 함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넓은 세상을 함께 모험하고 헤쳐 나가는 즐거움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 작게는 여행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인 경우가 많아서 늘 가족 여행을 계획하고 설득해서 추진하는 것은 다 제 몫인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일정을 짜는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가족의 개념, 부모의 역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져서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알려 주어야 하지만 이 또한 잘 입력이 되지 않아 수많은 부분은 포기를 해야 했습니다. 특히 사위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저를 포함한 제 친정 부모님도 기대하는 바가 없는 상태이구요. 시부모님에 대해서도 제가 때마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쌍둥이 형과는 필요한 실용적인 이야기 (가령, 컴퓨터가 고장났으니 고쳐달라는 정도의 대화) 외에는 전혀 감정적인 교류나 속 이야기를 하는 일이 없습니다. 여러 부분은 이미 포기를 한 상태이지만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은 어린 딸 아이와의 관계인데요. 아빠의 역할과 태도, 상호작용 하는 법 등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주어야 하는데, 설명한 부분에 대한 입력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스피 배우자와의 육아에 대한 부분은 저도 너무 고민이 많고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부분이라 다음에 다른 연재에서 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에서 '아스피 배우자와 살아가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 마지막 편 연재로 찾아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