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 배우자와 살아가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에 대한 연재 오늘도 이어 갈게요.
이번 연재는 2017년 FAAAS라는 기관에서 아스피 파트너(남편, 남자친구 등 모두 포함)와 살아가는 정형인 파트너(부인, 배우자, 여자친구 모두 포함)의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www.faaas.org 와 www.theneurotypical.com 웹 개제했는데, 이 내용을 번역, 공유하고 제 경험과 생각을 덧붙이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FAAAS는 Families of Adults Affected by Asperger’s Syndrome의 약자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성인 가족들을 위한 연구와 지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연재 7편까지 설문 내용 전체를 번역, 공유하고 제 생각과 경험담을 덧붙였는데요, 연재 8편부터는 해당 기관에서 발간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번역, 공유하고 코멘트 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68. 속적인 외상성/트라우마 관계 증후군(Ongoing Traumatic Relationship Syndrome(OTRS) 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44명의 응답자는 해당 관계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6명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모든 응답자에게 매우 스트레스가 극심한 관계의 상태를 강력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응답자들은 신체적인 질병과 복잡하고 극도로 역기능적인 관계애 따른 정서적 스트레스 반응을 경험했고 이러한 반응은 정상적입니다. 이 반응을 OTRS(지속적인 외상성/트라우마 관계 증후군(Ongoing Traumatic Relationship Syndrome(OTRS))라고 합니다. 이는 정신 질환이 아닙니다. 응답자들은 파트너와 장기적이고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그가 보여주었던 모습이 사실이라고 믿도록 유혹되었습니다. 응답자들은 관계가 공고히 된 직후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의 양상들을 감추고 있었던 전모가 드러났을 때 다른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응답자들 자신의 성격과 생활 방식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파트너의 폭이 좁은 삶의 방식을 수용하기 위해 극적으로 변해야만 했습니다. 질문 35 당신은 파트너를 위한 부모처럼 느껴지십니까?라는 질문에서 단 한 명의 응답자만이 파트너에게 부모처럼 느껴본 적이 없다고 답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응답자들이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보고했습니다.
Q 20 당신은 당신의 관계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거짓 비난으로 인해 강한 분노를 느낀 적이 있습니까? ?
1 명의 응답자만이 관계에서 상호 작용의 부당함에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Q 57 당신의 관계에 대해 풀리지 않는 분노가 있습니까?
1명의 응답자만이 그들의 관계에 대해 해소되지 않은 분노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Q 11. (아스피 배우자/파트너와의) 관계 속에서 외롭다고 느끼나요?
외롭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한 명뿐이었고 그들은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위안을 찾고 있습니다.
Q 27. 원치 않는 고립을 경험합니까?
1명을 제외한 모든 응답자는 고립감을 느꼈다고 보고했습니다.
Q 29. 통제되고 편협한 사회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까?
자신의 사회생활이 좁혀지거나 통제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2명에 불과했습니다.
Q 16.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나요?
2명의 응답자만이 자신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Q 41. 당신은 자존감을 잃었나요?
모든 응답자가 자존감을 잃었습니다.
Q 2. 배우자와의 상호 교류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드나요? 현실감, 자좀감에 불안을 느끼거나 확신이 들지 않나요?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불안이나 불확실성을 느낀 적이 없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습니다.
Q 60. 사랑을 나누고 연애를 하면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나요?
따뜻한 신체 접촉과 진정한 친밀감이 있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2명에 불과했습니다.
Q 14.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진실을 부인하나요?
단 한 사람만이 그들의 진실이 부정된 적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Q 65. 갈등을 피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살얼음 위를 걷고" 있습니까?
단지 3명의 응답자만이 갈등을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발을 디딛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Q 47. 가정 내의 긴급한 문제를 혼자, 그리고 파트너를 위해 해결해야 할 의무를 느끼십니까?
시급한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할 의무를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Q 42. 당신은 파트너가 당신을 충분히 감사히 여기지 않는다고 느끼나요?
만장일치 동의로 응답자들은 아스피 파트너가 그들을 충분히 감사히 여기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Q 66. 상담이 도움이 되고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항상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습니다. 4명은 '때때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8명은 '가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29명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데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성공적인 형태의 지원은 다른 정형인 파트너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SALVE라고 일컬어지는 피어 투 피어 멘토링입니다.
SALVE*는 지속적인 외상성 관계 증후군(OTRS)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이를 경험한 사람으로부터의 지원, 옹호 및 도움, 경청, 인정, 교육(Support, Advocacy and Assistance, Listening, Validation, Education)을 일컫는 말입니다.
정형인들을 위한 지원
그들의 상황에 대한 옹호 및 AS 배우자/자녀와 함께 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한 지원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믿는 것
그들이 경험한 것에 대한 검증과 인정
ASD에 대한 교육 및 ASD가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
© Karen Rodman FAAAS Inc 2013
66번 질문에 '항상 그렇다'라고 답한 응답자 2명 중 1명은 참전용사 전문 심리학자로부터 상담을 받았습니다…끊임없는 가정폭력, 방치에 의한 강압적 통제, 묵살, 굴욕, 무시, 비하, 폭발적인 폭언은 전쟁터에 사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여기까지 번역문
배우자/파트너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장기적이고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정형인 배우자는 원인 모를 감정적 폭력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해 주지 않고 무시하고, 뜻밖의 상황에서 분노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혼란스러운 경험이 됩니다. 아스피의 뇌는 정형인들과 다르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악의적으로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형인 배우자에게 이는 자존감의 상실, 자기 믿음의 상실, 현실에 대한 불안감 등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스피 배우자의 자기 중심적인 성향은 정형인 배우자에 대하여 가스라이팅으로 작용하여 정형인 배우자의 본래의 모습을 잃고 아스피 배우자의 필요와 세계관에 같힌 삶의 모습을 강요당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행되게 되면 겪게 되는 정신적, 심리학적 상태를 전문가들은 OTRS(지속적인 외상성/트라우마 관계 증후군(Ongoing Traumatic Relationship Syndrome(OTRS))이라고 합니다. 위 설문 질문들에서 짚었던 것처럼 관계 속에서 역할 분담의 불균형으로 인한 불공평함, 자신의 진실이 부정되는 것에 대한 분노, 이에 따른 자존감과 현실감의 상실, 상대방의 편협한 사회생활과 세계관에 따라야 함으로써 처하게 되는 원치 않는 고립, 상대방과의 소통 부족으로 인한 외로움, 따뜻한 애정 결핍, 자신의 가치와 의미가 충분히 상대방으로부터 인정 받고 감사히 여겨지지 않는다는 느낌 등이 그에 해당합니다.
저 또한 이 모든 느낌과 감정, 문제점들을 경험했습니다. 남편의 진단 전에는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가 느끼고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남편에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제가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고 요구하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제 기분과 감정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른 실망과 상실감은 두려움과 슬픔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분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 그래도 네 남편은 순하고 요리도 잘 하잖아' 라든지 '남자들은 다 공감능력이 떨어져.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니' 처럼 전혀 공감이나 위로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아스피 배우자 서포트 그룹 모임에 나가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큰 위로와 공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호주 멜번에는 주에서 운영하는 '아스퍼거 빅토리아'라는 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에서 주최하는 성인 아스피를 배우자로 둔 정형인 배우자를 위한 지원 모임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스무명 정도 되는 연령층이 다 제각각인 모든 사람들이 제 경험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경험을 했고, 이는 말할 수 없는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이 곳에서 저보다 오랜 시간 뉴로다이버스 커플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제 슬픔과 상실감, 분노와 무기력함은 모두 충분히 당연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어려운 결혼생활 속에서 남편에게 수 년에 걸친 설득 끝에 진단을 받도록 하고, 이후에도 남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거나 남편의 방식에 잠식되지 않고, 조금씩 아주 느리게라도 공존할 수 있도록 남편에게 포기하지 않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남편을 기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만) 이런 경험 속에서 얻은 치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위에서 말한 SALVE의 힘인 것이지요.
만약 이런 경험과 치유의 기회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이 상황을 겪어 보지도 않고 이해하지 못한채 제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 주변 사람들 (분명 그래도 제 기준으로는 제 결혼생활의 치부까지 공유할 수 있다 생각하는 친한 사람들이었겠지만요)의 이야기를 듣고 더더욱 남편의 불균형적이고 편협한 삶의 방식이나 자기중심적인 논리에 휘둘렸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더더욱 현실감과 자존감, 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고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의 트라우마에 시달려 고통받았을 것 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정형인 배우자가 계시다면, 다시금 혼자가 아니시라고, 지금도 너무 잘 하고 계시다고, 어려운 결혼 생활을 하고 계신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위해서, 지금 처해 있는 상황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에 대해 흔들리지 말고 직시하시기를 꼭 당부 드리고 싶어요. 물론 이런 과정도 충분한 정신적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기에, 혹시 지금 관계 속에서 너무 지쳐 있으시다면 이런 과정 전에 자신의 고통과 괴로움 슬픔, 상실감에 대해 먼저 돌아 보시고 돌보시면서, 그런 감정들이 거짓된 것이 아님을 공감 받고 확인받을 수 있는 소통을 통해 힘을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에서도 남은 설문 분석 결과 이어가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