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번에 이어 아스피 배우자와 살아가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 2편 연재를 이어가 볼게요.
지난 연재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번 연재는 2017년 FAAAS라는 기관에서 아스피 파트너(남편, 남자친구 등 모두 포함)와 살아가는 정형인 파트너(부인, 배우자, 여자친구 모두 포함)의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www.faaas.org 와 www.theneurotypical.com 웹 개제했는데, 이 내용을 번역, 공유하고 제 생각과 경험담도 함께 담아 보도록 할게요.
FAAAS는 Families of Adults Affected by Asperger’s Syndrome의 약자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성인 가족들을 위한 연구와 지원을 하는 단체입니다.
그럼 시작해 볼게요.
11. (아스피 배우자/파트너와의) 관계 속에서 외롭다고 느끼나요? 항상 그렇다 43 때때로 그렇다 4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2 전혀 아니다 1 총 응답자 50 |
“매일 매일 돌봐줄 '엄마' 역할만 찾는 배우자를 돌보고 난 뒤에 로맨택한 것에 대해 사랑스럽게 느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
12. 당신과 파트너 간에 삶에서 공유된 긍정적인 기억이 많이 있습니까? 항상 그렇다 1 때때로 그렇다 14 잘 모르겠다 1 가끔 그렇다 14 전혀 아니다 20 총 응답자 50 |
“우리는 호주를 5주 동안 여행 중이었어요. 그가 사랑을 표현했다면 정말 황홀했을텐데 그는 한 번도 스킨십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카멜레온입니다. 결혼하기 전에 그가 행동했던 방식은 완전히 달라져 내가 결혼한 사랑스러운 남자는 이제 없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변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항상) 그가 내 아이들 주위에 있고 아이들과 추억을 만드는지 그리고 참여나 참석에 대한 그의 의무에 따라 그가 "참여"를 하는지에 달려 있어요. 하지만 예를 들어 아이들 생일파티나 크리스마스 아침식사 등과 같은 무언가를 요청받지 않는 한 그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죠." |
13.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관점을 인정하고 수긍하나요? 항상 그렇다 0 때때로 그렇다 6 잘 모르겠다 1 가끔 그렇다 13 전혀 아니다 30 총 응답자 50 |
"그는 내가 그에게 나의 하루, 나의 두려움, 나의 걱정 또는 나의 기쁨에 대해 말할 때 듣는 척합니다. 그는 때때로 "응"이라고 말하면서 그가 정말로 듣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내가 말할 때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을 거에요. 그는 그저 내 삶의 경험을 정보가 전달되는 것처럼 취급해서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척하는 것뿐입니다. 그 외에는 어떠한 행동도 말도 하지 않고, 어떤 종류의 응답도 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거절은 무자비해요” |
14. 당신의 파트너는 당신의 진실을 부인하나요? 항상 그렇다 40 때때로 그렇다 6 잘 모르겠다 1 가끔 그렇다 2 전혀 아니다 1 총 응답자 50 |
“그가 한 번만이라도 다시 "그건 아니지"라고 말하면 전 정말 소리지를 거에요!” |
15. 당신은 자신의 진실과 온전함을 의심하도록 조종당하고 가스라이팅 당한다고 느끼십니까?? 항상 그렇다 32 때때로 그렇다 14 잘 모르겠다 2 가끔 그렇다 1 전혀 아니다 1 총 응답자 50 |
“예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의 거짓말과 속임수에 눈을 떠서 그의 말도 안되는 소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가끔은 내가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옳지 않다는 걸 알아요” |
16.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나요? 항상 그렇다 35 때때로 그렇다 11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2 전혀 아니다 2 총 응답자 50 |
"내가 본 일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부정은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에요. 그는 항상 "아냐, 그건 옳지 않아"라고 해요.” |
17. 당신은 넓고 만족스러운 삶과 사회적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까? 항상 그렇다 7 때때로 그렇다 9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19 전혀 아니다 15 총 응답자 50 |
“전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된 삶을 살게 되었어요. 그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여전히 슬픕니다” “그에게 '보통, 일상적'인 것이 내게도 '보통, 일상적' 인 것이 되었어요... 저는 한 때 굉장히 사교적인 사람이었죠.” |
18.자신이 오해의 대상이라고 느끼나요? 항상 그렇다 37 때때로 그렇다 11 잘 모르겠다 1 가끔 그렇다 1 전혀 아니다 0 총 응답자 50 |
"그는 나에게 말하고 싶지 않거나 할 말을 찾을 수 없으면 의도적으로 나를 몰아 붙이고, 옆길로 새기도 합니다. 그는 내가 하는 말을 처음 네다섯 단어만 듣고 끼어든 다음에, 그가 생각하는 내가 말할 줄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나머지 빈칸을 채우고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게 하죠." |
19. 불공평한 비난을 당한다고 느끼나요? 항상 그렇다 37 때때로 그렇다 8 잘 모르겠다 1 가끔 그렇다 3 전혀 아니다 1 총 응답자 50 |
“저보고 잔소리를 늘어 놓는다더군요". “그는 그가 결혼 생활에서 바라는 배우자는 돈을 많이 벌고 건강한 치아를 갖고 있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말을 하는 사람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좀 더 잘 하면 되는 부분은 그에게 더 자주 친절하게 말하기만 하면 될 것 같다구요.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
20. 당신은 당신의 관계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거짓 비난으로 인해 강한 분노를 느낀 적이 있습니까? 항상 그렇다 33 때때로 그렇다 13 잘 모르겠다 0 가끔 그렇다 3 전혀 아니다 1 총 응답자 50 |
“별거를 해서 이사를 나온 이후로, 전 그에게 거의 화를 내지 않았고 훨씬 덜 분개했어요”. "결혼했을 때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나는 정상적인 관계에 대하여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기회에 대해서) 그리고 내가 삶과 나와 나의 아이들을 위해 생각했던 사람과 함께하는 인생이 어땠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었던 기회에 대해서) 속았고 배신당했다고 생각해요." |
아스피 배우자나 파트너를 두신 분이라면 위 설문 결과와 그에 따른 인터뷰 대상자들의 예시 답변에 모두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정상적인 결혼에서는 당연히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아스피들에게는 불필요한 것, 무가치한 것,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악의에서 그런다기 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없고,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자폐 스펙트럼의 특성상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이 부분은 바뀌거나 고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개선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공존, 공생을 위해서는 정형인 배우자가 아스피 배우자를 이해하고 오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느리게 아스피 배우자가 조금씩 개선되는 것을 기다려 주는 길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정신적 성숙도나 관계 속에서의 필요나 욕구의 차이조차 이해하기 힘든 아스피는 본인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굳게 믿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늘 잘못한 것도 없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는 아스피들은 배우자가 아스피의 특성 때문에 느끼는 답답함, 슬픔, 속상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더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느껴 그러한 피해의식이나 편집증이 심해지고, 배우자와의 소통을 모두 거부하거나, 배우자의 말을 다 부정하거나, 잔소리라고 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통이 어려운 아스피인데 이렇게 되면 대화는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 되겠지요.
저도 그런 경험들을 무수히 했고, 그 과정에서 다툼도 많았고, 우울증도 심하게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제 스스로에게 파괴적으로 작용하고 딸아이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남편의 그러한 부정적인 말이나 대응에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서 이것이 아스피의 특성 때문인지 생각을 하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라면 바로 남편에게 정리해서 말을 해 줍니다.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던 남편도 진단을 받고 난 뒤에는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되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니 남편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스피 특성 때문에 제가 하는 말을 자르거나, 제 의견에 무조건 반기를 들거나, 제 말을 무시할 때마다 스스로에게는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스피 남편에게는 본인 의도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차분히 설명을 해 줍니다. 그리고 이제 남편은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래서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이라면 그 어려움에 대해서 내가 혼자가 아니고 이 고충이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 받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연재에 또 이어서 아스피 배우자와 사는 정형인 배우자의 고충 이어가 볼게요.